슬프고 따뜻하고 그 사이의 미묘한 여성들의 감정들을 언어로 잘 표현하여 내 감정까지도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상처받은 산천, 새비, 박명숙할머니, 영옥, 희자, 미선 ,지연에게 까지 이어지는 삶과 자신의 이야기들이 계속 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 P299
그 때 자신이 느꼈던 반가움을 자신을 짓누르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무엇보다도 ‘내게 누군가가 있다‘라는 마음의 속삭임을 엄마는 기억했다. - P329
바들바들 떨면서도 제 손을 잡고 걸어갔어요. 어머니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나는 어머니를 닮고 싶었어요. - P333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종종 눈을 감고 어린 언니와 나를 만난다. 그애들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놀이터 벤치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학교에 갈 채비를 하던 열 살의 나에게도, 철봉에 매달려 울음을 참던 중학생의 나에게도, 내 몸을 해치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스무 살의 나에게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배우자를 용인했던 나와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나에게도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랫동안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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