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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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가 이 소설을 쓰면서 들었다는 9와 숫자들의 창세기를 듣는다. 구와 담의 가난하고 슬프지만 사랑의 이야기다. 죽은 구의 몸을 먹는다는 것에 괴기스러움을 느끼지만 자꾸 빠져들어 읽게되었다.

나는, 구의 생에 덕지덕지 달라붙어구의 인간다움을 좀먹고 구의 삶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돈이 전쟁이나 전염병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를 게 없었다. 그건 구의 잘못이아니었다. 부모가 물려준 세계였다. 물려받은 세계에서구는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 P157

돈으로 목숨을 사고팔며 계급을 짓는지금은 돈은 힘인가. 약육강식의 강에 해당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세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동물의 힘은 유전된다. 유전된힘으로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 불과 도구 없이도, 다리와 턱뼈와 이빨만으로, 인간의 돈도 유전된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먹는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사람도 살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죽어마땅한 사람도 기세 좋게 살아간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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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 하고 산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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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따뜻하고 그 사이의 미묘한 여성들의 감정들을 언어로 잘 표현하여 내 감정까지도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상처받은 산천, 새비, 박명숙할머니, 영옥, 희자, 미선 ,지연에게 까지 이어지는 삶과 자신의 이야기들이 계속 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 P299

그 때 자신이 느꼈던 반가움을 자신을 짓누르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무엇보다도 ‘내게 누군가가 있다‘라는 마음의 속삭임을 엄마는 기억했다. - P329

바들바들 떨면서도 제 손을 잡고 걸어갔어요. 어머니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나는 어머니를 닮고 싶었어요. - P333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종종 눈을 감고 어린 언니와 나를 만난다. 그애들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놀이터 벤치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학교에 갈 채비를 하던 열 살의 나에게도, 철봉에 매달려 울음을 참던 중학생의 나에게도, 내 몸을 해치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스무 살의 나에게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배우자를 용인했던 나와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나에게도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랫동안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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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안에 평범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 두드러지지 않은 삶. 눈에 띄지 않는 삶, 그래서 어떤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고, 평가나 단죄를 받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 동그라미가 아무리좁고 괴롭더라도 그곳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엄마의 믿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잠든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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