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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리틀 토스터
제리 리즈 감독, 존 로비츠 외 목소리 / 애니 ENT / 2017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정확히는, '이 작품 살 가치 있나?' '재밌을까?' '아이한테 보여줄만한가?' 등등,
이 작품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리뷰다.
국내에는 워낙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고,
탄생지인 미국에서조차 블루레이 없이 비디오, DVD 포맷만 존재하는 작품이니...
일단 내용을 소개하자면,
시골 언덕 위, 주인 없이 수 년이 지난 오두막집에 방치된 가전제품들.
이 가전제품들은 모두 감정과 생각이 있다.
그러면서 인간이 나타나면 눈을 감고 '가전제품인 척' 하는 등,
'토이 스토리'의 가전제품 버전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디즈니에서 만든 작품이고, 제작진들 중에 픽사 제작진이 꽤 있다고 들었으며,
그 증거로 픽사 작품에 꼭 들어가는 'A113'이라는 코드가
이 작품 속 집 번호로 적혀 있다.
아무튼, 그런 가전제품들은 자신들을 정말 좋아하고 아껴주던
어린 소년을 그리워하지만, 소년은 부모님과 함께 집을 떠난 후
수 년이 지나도록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가전제품들은 나아가 집 근처로 자동차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그 아이인가봐!' '우리 주인인가봐!' 하며 주인이 돌아오는 망상에 빠지다
현실을 깨닫고 엉엉 우는 등, 비참하다...
결국 가전제품들은 자신들이 직접 주인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
주인을 찾을 증거도 뭣도 없지만 일단 무조건 가까운 대도시로 향하게 되는데,
그렇게 벌어지는 가전제품들의 모험이다.
이 내용만 들어보면 꽤 흔한 어린이용 모험물 같고,
제법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가전제품들의 디자인은 귀엽고, 그 중 전등 캐릭터는 깜짝 놀랐을 때
'하느님 맙소사!'가 아니라 '에디슨 맙소사!'하고 외친다.
(지금은 전구 발명가가 에디슨이 아니라는 게 정설이지만,
87년도 당시엔 정설이라 받아들여졌음을 고려했을 때)
'전등한테 있어서 에디슨이 자기들의 조물주겠구나!'하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막상 속을 더 까보면 이 작품은...
지루하다......
일단 영화 첫 시작이, 오두막집에서 가전제품들을 하나 둘씩 보여주는 장면인데,
가전제품이 처음 움직이기 까지 3분이 소요된다.
3분이면 짧지 않나 싶은데, 3분 동안 집을 보여주고, 제작진 텍스트가 뜨고
멈춰 있는 가구, 가전제품만 보여준다.
3분 동안! 사람도 없고! 대사도 하나 없이!
그럼 가전제품들이 움직인 다음 부터는 진도가 빠를까?
물론 아니다.
가전제품들이 '우리가 직접 주인을 찾으러 가자!'라고 결심하는 게
약 20분 경과된 시점이다.
물론 시중의 영화들 중 15분~20분 구간 쯤 돼서야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개는 흔하다.
미국의 한 시나리오 작가도 주인공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15분에 나타난다'고 규정한 바 있고.
허나 이 작품은 사람이 한 명 없는 오두막이 배경이고
그런 배경에서 가전제품들이 자기들끼리 투닥대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20분을 보낸다...
...그치만 뭐, 그 모습이 귀엽긴 하고, 주인이 왔나 착각하다가 현실을 직시하며 울고,
벽에 설치된 에어컨과 말싸움하는 장면을 넣어줬으니 이 20분은 나름 견딜만 한 편이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오두막을 벗어나 모험을 시작한다.
그런데 대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숲길이 엄~청나게 길다.
문제는 이 모험 과정을 조금 생략하거나,
무슨 재앙 등에 휘말려서 도시로 날려가거나하면
전개를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작품은 정말 가전제품들이 일일이 고생하면서
숲길을 헤매는 장면을 가~득 넣어줬다...
얼마나 가득이냐고?
그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전체가 약 1시간 40분, 즉 100분인데,
약 20분에 모험을 시작하고...
약 58분 까지 숲길을 헤맨다.
영화 전체 시간의 반 이상을 모험 시작~숲길 헤매기로 소모했다는 거다!
잊으면 안 되는 게, '숲길'은 자기들 주인이 살고 있는 '대도시'로 향하는
중간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이 부분은 애초에 이렇게까지 길게 끌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이 숲길을 헤매는 과정은 나중 스토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그냥 58분 쯤에 늪에 빠지고,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주인공들을 발견, 주워서 도시로 데려간다!
이런 식일 거면 그냥 30분 쯤에 지나가던 사람이 주워갔어도
스토리 전개에 어색함이 없었을 수준!
농담 아니고 20분 까지, 모험 출발하는 장면 까지는 그냥 보고
그 후 58분 까지는 통째로 스킵해도 좋다. 진짜다.
숲길에서 주운 물건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거나,
숲에서 남긴 흔적을 나중에 누가 발견한다거나,
그런 게 전~~혀 없다. 숲을 헤매는 씬은 정말 필요 이상으로 많이 넣었다...
(+ 전등 캐릭터가 숲길에서 고생하다 전구가 깨지는 장면이 있긴 한데,
이마저도 새로운 배경으로 넘어가고 나서 금방 새 전구로 교체된 탓에
그다지 중요한 전개가 아니었다...)
믿겨지는가?
전체 100분 중 약 40분을 보지 않아도 스토리 이해에 지장이 없다는 소리다!
아무튼 그렇게 40분을 스킵해서 58분에 도달하면?
이제는 전개가 빨라서 문제다...
새 장소에 도착했는데, 그곳이 끔찍한 곳이라 탈출하려 한다.
그런데 탈출 작전이 무척 순탄하게 흘러가버려서
으스스한 분위기 연출이 무색하게 금방 탈출,
대도시 한 가운데서 주인 집 찾기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 등 전개가 꽤 빨라진다.
이쯤 되면, 스토리 짜보니 40분 분량 밖에 안 되니까 극장에 상영시키려고
억지로 60분 분량을 모험 시작~숲길 모험 씬으로 때운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
그나마 장점은 최후반부 전개 정도일 듯하다.
마지막 장소에서 가전제품들과 그들의 원래 주인이 극적으로 만날락 말락 엇갈리는데
이게 굉장히 감질맛나고, 긴박한 장면에서 화면이 붉은 빛으로 뒤덮이는 등의 연출 덕에
제법 긴장감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자 장점은
바로 '노래'다. 누가 디즈니 아니랄까봐 뮤지컬 파트는 잘 뽑았다.
(유튜브에 'the brave little toaster'라고 검색하면 작중 삽입된 노래들이 나오는데,
본 리뷰 글에 영상을 걸어주고 싶지만, 어째서인지 HTML로 영상을 걸어도
표시가 안 되므로... 듣고 싶은 사람은 유튜브에서 찾기를 바란다.)
필자가 이 DVD를 구매하기로 결심한 것이 바로 노래들 덕분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본편도 보기로 결심,
DVD를 구매했는데...
노래가 나오는 파트는 정말 좋지만 정작 앞의 58분 정도는 노래가
두 번 정도만 나오고...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가장 중요한 노래 가사 번역이 좀 엉망이다.
리듬을 타며 휙휙 지나가는 자막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읽기 쉬운 문장 배열을 쓰거나
가사의 의도를 살려서 의역을 해주는 편이 좋았을 텐데,
직역 위주로 번역해버렸다.
(이를테면 'he will put the voodoo in the stew, i'm telling you!'라는 가사가 있다.
'히 윌 풋 더 부두 인 더 스튜 아임 텔링 유'에서
'풋', '부두', '스튜', '유'가 모두 ㅜ, ㅠ 모음이라 라임이 살아있다.
이는 사실상 라임 넣으려고 만든 별 의미 없는 가사인데,
이걸 그냥 '그는 스튜에 부두인형을 넣고'라고 번역했다.
번역가 본인도 이 가사가 뭔 소린지 몰랐는지,
뒤의 'i'm telling you' 부분은 아예 자막에 없다...
즉, 직역도 그렇게 잘 된 편은 아니란 소리... 전체적으로 가사 전달력이 약하다)
그래서 귀는 즐거운데, 막상 자막에 적힌 가사를 읽으면서 들으면
오히려 무슨 소린지 모르는 불상사가...
결론은,
소재는 괜찮고 캐릭터들도 귀여운데
초반 숲 모험 장면이 심각하게 길어서 너무 지루하고
그 뒤 장면들은 전개가 너무 빠르다.
약간 유치한 장면도 적지 않아서, 최근 디즈니나 픽사 작품 처럼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은 아닌 편.
그런데 도로를 달리던 시절을 추억하며 폐차되는 자동차들의 슬픈 노래,
주인공들을 겁주는 망가진 가전제품들 등,
어두운 분위기가 많아서 어린이가 봐도 괜찮을까 싶은 느낌도...
아니 뭐, 유튜브 덧글을 보면 '내 추억의 명작!'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사실 아이들 시선에서 그렇게 문제되는 작품은 아닐 수 있지만...
어찌 됐든 솔직히 말해서 추천하기 애매하다...
스토리 자체(주인을 찾아나선 가전제품들)는 나쁘지 않은데
너무 전개가 지루하다가 뒤에 가서야 빠르게 전개되고...
가사 번역이 애매해서 노래 부분도 자막을 읽다보면
노래를 즐기기보다 오히려 정신없고...
덤으로 이 영화는 많고 많은 자막 유형들 중에서,
'영상 자체에 표시된 글자를 번역하지 않는 자막'이다.
방 문을 닫았는데 문에 적힌 단어가 자막으로 표시 안 되고,
집 앞에 표지판이 못박혔는데 정작 그 표지판에 뭐라 적혔는지 자막에 안 뜨고...
어른인 입장에선 못 읽을 단어도 아니지만 반대로 어린아이가 본다면
저게 뭔가 싶을 것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남는 건 주인공 캐릭터들과 노래 뿐...
그래도 해외에서는 나름 추억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보고 나면 '물건을 소중히 하자'라는 게 찡하게 와닿는 면도 있어서
아주 몰 봐줄 정도는 아니다.
2, 3탄도 있던데 그것들은 이것보다 좀 더 발전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