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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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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이 산문집을 냈다. 반가웠다. 문장의 대가라고 불리는 김훈의 책을 이제는 좀 쉬이 읽어볼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 김훈의 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려고 시도했다. 실패로 끝나기 일쑤였다. 외국 소설에 익숙해져 그런건지, 서술이 위주가 되는 문학은 별다른 노동을 하지 않아도 잘 읽히는데, 서술보다는 문장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는 한국 문학은 읽으려면 늘 노동을 곁들여야 했다. 흩어지는 집중을 붙잡으려 말이다. 


 집 책장에 <내 젊은 날의 숲>이 꽂혀져 있다. 이것도, 김훈의 문장을 음미해보리라 - 하고 패기있게 산 책이었는데, 한동안은 '올해 안에 <내 젊은 날의 숲> 다 읽기'가 목표였다. 그만큼 책장을 펼쳤다 덮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김훈의 책을 읽으리라고 수차례의 시도를 한 나에게 김훈의 산문집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기대만큼' 좋았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작가들의 산문집을 좋아하는데, 소설에선 보이지 않는 작가가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이 글을 쓰고 있는지가 보인다는 것. 어떻게 쓰인 글인지 가상 인물의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 책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문장을 다듬는 김훈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은 내가 몇 번이고 곱씹었던 문장들.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 p277




 손은 이제 백수다. 이 백수가 되어버린 손에, 구석기의 그리움은 살아 있다. 백수가 되었을지언정, 손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개혁적이다. 손의 울음을 들어보자. 그 울음은 멀어서 아득한 희망을 환기시키는 울음이다. p. 282




아마도 그 참담함은 이 나라의 무수한 힘없는 아버지들의 참담함이었을 터이다. p.294




아무런 죄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없지만 그들은 사회구조의 제물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사회의 가난이란 단순한 물질적 결핍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가난이란 차별이며 모멸이다. p.200




 그러하되 그 새로운 4월은 봄이 오듯이 꽃이 피듯이 날이 흐려서 비가 오듯이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내가 모르지 않는다. 



 세월호를 쓴 글이 가슴을 후벼팠다. 글의 힘은 대단하다. 문장은 감정에 불을 지른다. 

세월호 아닌 다른 글들도 충분히 좋았다. 돈을 이야기한 글들도, 몸을 이야기한 글들도, 밥을 이야기한 글들도. 어느 하나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없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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