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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월이다. 잠깐 눈을 감아 양치질을 하고 있다보면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이 3월 4일이라고 말하더라도 믿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시간 감각. 날짜 감각. 그만큼이나 흘러가는 시간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슬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불을 끌어당겨 더위가 아닌 따뜻함을 느끼게 될 '가을'이 찾아오면, 제대로된 계절감과 시기감을 실감할 수 있을까. 어찌됐든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그리고 독서의 계절.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지만, 역시나 오늘도 쏟아져나오는 신간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작품 몇개를 골라본다.
1. 여자 없는 남자들 ㅣ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단편은 접해본 적이 없어 단편에서 만나는 하루키의 문체는 또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홍보 차 단편에서 한문장씩 뽑아놓은 글귀를 보니 전체적인 글의 맥락이 흐릿하게 뭉쳐졌다 흩어진다. 늘 읽고 나면 묘한 우울함과 박탈감에 젖게 만드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란 꽤 큰 마음다짐이 필요하긴하지만 하루키의 신작은 그 부담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줘야만하는' 필요성과 가치가 있다.
2. 자살의 전설 ㅣ 데이비드 밴
제목이 끌렸다. 자살의 전설이라. 데이비드 밴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보지만,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5편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연작소설은 한편 한편 읽어나가면서 색색깔 실뭉텅이를 바늘로 꿰매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더 끌린다. 책에서 뽑힌 몇 문장을 읽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뼈가 서려있는 문장들이라 맘에 든다. '기억이 삶 또는 자아를 세우는 기반인 한, 귀향은 삶과 자아를 제거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책을 펴보고 싶다.
3. 디저트 월드 ㅣ 김이환
최근에 성석제의 소설 '투명인간'을 아주 인상깊게 읽은 터라, 성석제가 기대하고 애정한다는 작가의 소설이라고 하니 저절로 눈길이 갔다. 재기발랄한 표지와 달콤한 소제목들. 온갖 디저트들이 나열되는 문장들에 구미가 당긴다. 환상적 요소가 가미되어 모호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어떻게보면 동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4.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ㅣ
세대 간의 갈등. 병든 가족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흔한 소재라할 수 있지만 그만큼 지금 사회에 계속해서 대두되어야 할 화제이기도 하다. 간단한 줄거리들을 살펴보면, 가족 속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들이 신체를 얻을 때, 라는 시기를 제목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리고 박민정이라는 신인작가는 어떤 시선으로 우리의 가족을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