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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고 하지만, 그리 덥지 않다. 여기저기 빵빵하게 틀어대는 에어컨 때문인지 겉옷을 챙겨나가 후회한 적이 없다. 봄도 가을도 아닌 애매모호한 계절감에 초여름이란 이름을 붙여보지만 어감만큼 영 싱그럽지 않은 날씨다. 내일이면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가 그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려나. 홑이불 마저 덮지 못할 더위가 찾아오면 그제서야 일년의 반이 뜨겁게 지나가는 구나. 새삼 깨닫게 될 것 같다. 빗소리를 배경음삼아 읽고 싶은 6월의 신간.
1.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ㅣ 기 드 모파상 ㅣ 현대문학
원래 장편보다 단편을 즐겨읽던 편이었다. 긴호흡으로 책을 읽기에 집중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단편이라는 짧은 분량이 채우지 못한 은유를 멋대로 상상하여 꾸며내는 것도 꽤 즐거운 읽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내 취향의 장편 소설을 많이 읽었기 때문인지, 단편에 영 손이 닿지 않았고 읽더라도 긴 여운이나 깊이를 느끼지 못했다. 언제 단편을 즐겨읽었는지 모를만큼 흥을 잃었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집을 택한 이유는 다시 단편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은 '목걸이'정도만 익숙한데 그조차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만큼 가물하다. 별다른 수식이 붙어있지않은 건조한 제목들이 오히려 눈을 끈다. 방대한 편수에 겁이 나기는 하지만, 책이 너무 무겁지않기만을 바라본다.
2. 밤의 고아 ㅣ 윤보인 ㅣ 문학과 지성사
이미지에 약한 나는 일단 표지에 마음이 끌렸다. 한 사람만 겨우 올라갈 수 있을만한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저 활자들이 왜이리 외로워 보이는지. 윤보인이라는 작가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 소개글을 보니 등단 이후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온전히 윤민영을 위해 썼다.
쉽지 않았으나 늘 그녀를 사랑하려 했다.
윤민영은 내 어릴 적 이름이다. "
작가의 말에 마음이 알알해진다. 밤의 고아, '일말의 사랑마저 잃은 완전한 고아'의 이야기. 밤을 울릴 감각적인 문체가 기대된다.
3. 천사는 여기 머문다 ㅣ 전경린 ㅣ 문학동네
전경린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매니아가 많다는 것은 안다. 내 주위에서도 전경린의 소설을 추천해주는 이가 많았지만 읽지는 않았다. 사실 너무 함축적인 단편보다는, 감성적이고 섬세하게 가슴을 때리는 단편을 더 좋아하긴하는데 어떤 이가 그녀의 소설을 '축축하다'고 표현한 것을 봐서인지 조금은 꺼려졌다. 하지만 축축하든 처절하든, 그게 뭐 어떤가. 결국 상처는 건조한 끝에 벌어져 축축하고 쓰라린 진물을 남겨내어 또 다시 곪아가는 것일텐데. 조금씩 엿본 그녀의 문체가 벌써 마음을 끈다.
4. 투명인간 ㅣ 성석제 ㅣ 창비
이번 신간에 마음에 드는 장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성작가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투명인간>이 떡하니 올라와있다. 성석제! 성석제! 외치며 목록에 올린다. 사실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있는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진부할 수 있는 '투명인간'이라는 소재지만 성석제와 통한다면 어떤 기막히고 세련된 작품이 나올지 벌써 기대된다. 최근에 '기억상실'이라는 클리셰적인 소재를 엄청난 필력으로 풀어낸 <개과천선>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그래서인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