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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발터 벤야민은 파리의 파사주(Passage), 늘 새롭지만 늘 구태의연한 상품의 숲을 거닐며 ‘사물에서
온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850년대 파리의 대도시화와 더불어 등장한 아케이드를 보며 ‘삶의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즉, 현대의
상품사회가 삶의 사물화 인간 존재의 허깨비화를 초래했다고 비평한다.
그와 비슷한 관점에서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 류동민은 자신이 살아온
서울의 기억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의 거친 물결 아래,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향수와 함께 지나치게 물신화된 서울에 차가운 시선을 얹은 그의 이야기는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의 오늘에 대해 잠시 멈추어 설 것을 제안한다.
특히나 서울의 공간은 나와 너를 구분하고 차단하는
배제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박탈감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다. 누구는 들어갈 수 있으나 다른
누구는 들어갈 수 없는 공간 안에서 안에 있는 이들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위안, 그것이 허구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밖에 있는 이들은 이를 누릴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로 인해 그들 사이의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서울의 공간은 슬프기까지 하다.
‘공원형 명품아파트’라는 금긋기의 방식으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차없는 아파트’가 택배 한 상자에 740원이라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택배기사에게 기피대상 1호가 되는 현실(노컷뉴스, 2013-08-14 기사 참고)은 최근 1년 사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는 ‘을의 분노’를 자연스럽게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최근 <미생>, <렛잇비> 같은 을의 이야기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 자연스러움에 대한 반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저자는 서울이라는 특별한 도를
정치경제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적 접근을 바탕으로 아파트, 대학, 여가
등 우리 삶과 공간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한다. ‘각자 재주껏 살아남기’라는 원리 속에
함께 버티고 사는 보편적인 을의 시선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은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따라 재편되고 재생산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특히 서울, 그리고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자본 및 권력의 논리가 저자가 말한 자기 책임의 원리로 귀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의 ‘을’의 삶은 늘 소진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설명한 지독한 역설은 배제된
서울이 아닌 공공의 서울로 나아가야 할 이유가 된다.
“이 모든 변화는 결국 자기책임의 원리로 귀착된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원리, 그러나 삶의 물질적 조건은 점점 더 자신의 삶을 자기 혼자서는 책임질
수는 없게 변해간다는 역설. 이 지독한 역설이 자기관리 혹은 자기경영학의 근본적인 모순일 것이다(p.91).”
근본적인 모순을 넘어 공공적 도시권을 확보하는
것.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 관련기사
http://www.nocutnews.co.kr/news/1083751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1581867&plink=OLDURL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