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역사 눈의 미학 임철규 저작집 1
임철규 지음 / 한길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임철규의 <눈의 역사 논의 미학>은 근래 출판된 책중에서 가장 자신의 생각을 명증하게 드러낸 책이다. 서구의 복잡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시각의 폭력이 자행한 흔적을 추적하는 지은이의 글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 책은 시각은 주체가 자신이 본 것만을 즉 부분을 전체화시키는 오류에 처하게 된다는 전제를 중심으로 기존의 시각 우위에 종속된 삶의 피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몇 가지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인용의 범주가 범주가 지은이도 말한 것처럼 다양하지만 조금은 난삽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도된 인용의 범위를 정하여 책 구성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자신이 인용하고 있는 책들을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떄문에 각 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하게 읽히지 않는 한계를 지닌다.
둘째 눈의 역사가 말하는 부분에서는 서양의 인류학적인 것에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의 진폭을 너무도 서구적인 것에 끼워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2장 4장은 특히 서국저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독자들이 독해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문학 작품, 미술 작품 등 예술의 범위를 동원하여 시각의 의미 즉 봄의 의미를 추적한다. 특히 마지막 장인 '구원의 눈'은 좀 더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아마도 이 책은 이 부분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미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을 통합해야 한다는 대목은 동감하고, 구원의 시각은 궁극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긍정적인 고통의 차원으로 변용시키는 과정을 통해 생성된 의미를 지녀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타당하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타자를 영원히 시각의 감옥에 가두기보다 그러한 시각의 실명이 제공하는 절대적인 상황조차도 수용하려는 의지를 우리는 윤리적 이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떄문에 이 책이 말하는 눈의 역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눈의 미학화를 시도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야한다.

아울러 이 책은 한길사라는 출판사가 우리 사회에 지닌 긍정적인 의미를 되새겨 보게 만든다. 김상봉의 '나르시즘의 꿈'과 마찬가지로 임철규의 책 역시 한길사같은 출판사가 아니라면 출판되기 힘들 책일 수 있다. 이러한 조금은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에서 학문하는 인간의 진실된 목소리를 거둘어 들여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출판 이념은 매우 중요하다. 책을 통해 이룩된 인식의 확장이 물질적인 것의 풍요로움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말한다. 그러므로 인식의 확장을 위해서도 우리는 이 책을 반드시 구입해서 읽어야 한다. 이러한 사소한 시작에서 우리 삶의 빈곤이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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