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펴낸 출판사 이름이 '교유서가'인데 허균의 호인 '교산'과 정약용의 당호인 '여유당'을 집자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한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인데다 명불허전의 저자라 읽어보았다.나한테 허균하면 직접 연상되는 이름이 홍길동과 허난설헌이다. 늘 그랬다. 홍길동은 차치해도 허난설헌에서 멈칫하면 허균이라는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그의 누이만 남게 되는 요상한 일이 매번 벌어진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보니 한 젊은 정치가의 삶과 사상이 보인다. 이젠 홍길동보다 『한정록 』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요즘 한국 정치판을 보면 허균이 살았던 시대에 들끓던 간신배들을 꼭 닮은 이들이 자기 손에 묻은 똥조차 부끄러운 지 모르며 나대며 판치는 정치 아닌 정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바른 정당 정치는 온데간데 없고, 자기성찰없이 눈앞의 권력욕과 사리사욕에 어두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왜 자꾸 거침없이 나댈 수있는 세상인가? 오늘은 참 화가 나는 날이다.


"아무튼 파당은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사회에서는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다만 그 파쟁의 정도가 문제된다.파쟁은 권력을 잡고 그것을 멋대로 휘두르는 간신배가 날뜀으로써 싹이 튼다.간신배는 권력을 자기만의 이해에 결부시키고 또 개인의 영달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절대로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비열하고 옳지 않은 수법을 다 쓴다.조선시대에는 무오사화 후의 거듭되는 사화 속에서 간신배들의 농간이 잇따랐고 이에 붕당의 조짐이 보였다.그러다가 그것이 심해지기 시작하여 선조 때에는 매우 치열해졌다.허균은 이 붕당이 본격화된 시기,곧 선조 때와 광해군 초기에 살았다.

허균은 "국론이 두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사로운 논의가 매우 치열하게 일어나서 더러 저것으로 이것을 헐뜯고 더러 이쪽을 높이면서 저쪽을 배척한다.이 따위가 시끄럽게 일어나 갈라져서 그 옳고 그른 것이 정해지지 않는다.이것은 모두 사사로운 마음으로 모든 일을 듣고 보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라고 했다."-책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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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사계절 그림책 1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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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도 고전이 있다면 이 책이 그 중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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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꿴 호랑이 옛이야기 그림책 2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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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오래된 책인데, 다시 봐도 재밌다. 살면서 이 책만큼 배꼽을 잡고 웃으며 읽은 것이 얼마나 될까 싶다. 과장해서 수 십 차례를 읽은 것 같은데 때마다 웃겨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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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강독 1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전대호 지음, 전대호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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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다섯 권으로 출간할 규모의 기획이라고 한다. 테리 핀카드의 헤겔 평전을 공역한 역자가 강독을 진행하여 내놓은 책이라고 한다. 헤겔은 커녕 철학과 무관한 일반독자인 나는 알리바이용으로 구입해 읽어보았을 뿐이다. 전문가들이 이 책을 평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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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눈검사를 했단다.의사 말이, 독서랑 바느질도 하지 말고 눈에 무리가 가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더구나.그리고 울지 않게 조심하고 자기가 맞춰준 안경을 쓰면 눈도 더 나빠지지 않고 두통도 나아질 거래.하지만 자기 말대로 안 하면 여섯 달 안에 눈이 멀게 확실하다는구나.눈이 멀다니!앤, 생각도 하기 싫다."

 

"아주머니,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의사가 희망이 있다고는 했잖아요.조심하면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을 거예요.그리고 안경 덕분에 두통이 나아진다면 그것도 좋잖아요."

 

"희망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구나.책도 못 읽고 바느질 같은 것도 못하면 무슨 낙으로 살겠니?그냥 눈이 멀거나 .....죽는 게 낫지.우는 것도 그래.쓸쓸하다는 생각이 들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단다.하긴, 이런 소리가 다 무슨 소용일까, 차나 한잔 주면 고맙겠구나."

 

***** 살면서 이런 대목에서 멈칫하게 될 줄 미처 몰랐다. 이제 이 이야기속에서 앤과 길버트의 사랑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릴라와 존(길버트의 아버지)의 추억속 사랑에 더 마음이 간다. 앤에게 지나간 첫사랑에 대한 회상을 이야기하고 나서 마릴라가 "날 보면서 그런 생각은 안 들었지?"라는 말에 더 마음이 간다. 인간의 일생이 직선처럼 앞으로만 나아가는 느낌이라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아쉬워하게 되는 모양이다. 정말 인생은 앞으로만 전진하는 , 시작과 끝이 있는 직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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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9-09-2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런 대목이 있었군요. 저도 문득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어린시절 읽고 그동안 다 안다고 생각한 빨강머리 앤....사실은 모르거나 잊거나...그랬던 것

독서중 2019-09-20 12:0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