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할 땐 스피노자 땐 시리즈
발타자르 토마스 지음, 이지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 바람을 거슬러 걸어가려 했던 걸까. 그것은 사랑받고 싶어서였다. 모두들 그 방향으로 걸어가니까 나도 시선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다. 다음날은 힘들어 다시 커피를 물처럼 마셔댔다. 그럼에도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니 나를 다그친다. 바람을 타고 간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바람의 다른 이름은 욕망이다.

 

욕망은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욕망이 있기에 삶이 있다. 욕망은 우리 앞에 나타나는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결핍된 것을 욕망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시선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욕망하고 우리자신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흔히 우리는 이런 스스로의 욕망을 포기하고 다른 이가 기뻐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자한다. 그리하여 타인의 잣대를 나에게 스스로 들이댄다.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건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거기에 더해 우리의 욕망이 약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것을 타인들도 추구해야만 안정을 느낀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든 세계가 동일한 것이기를 바란다.

 

스피노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공신화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보인다. 우리는 그들의 의지를 찬양하지만 그들은 사실 자신의 욕망에 고무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저항할 수 없는 욕망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에너지이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데 바람이 불어와 우리를 앞으로 밀어낸다. 그 엄청난 속도는 다리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반대로 맞은편에서 바람이 불어와 밀려났다 해도 바람에 저항하고자 했던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바람에 맞설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야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이정표도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이것이 나란 존재이고 모든 것은 필연이다.

 

아주 어린 아이는 자신에 대한 어떠한 개념도 가지지 않는다. 무엇이 자신을 즐겁게 하고 힘들게 하는 지 전혀 알지 못한다. 직접 만져보고 먹어보고 만나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기억들을 쌓아나간다. 우리의 행위는 이 모든 경험들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므로 필연적이며 언제나 나를 표현한 것일 수밖에 없다.

 

가끔 우리는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후회하고 지금 짊어지고 있는 선택의 의무를 버거워한다. 하지만 모든 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법은 아는 것이다.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고 자신을 그렇게 구성하는 세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면 스스로 행복하고 보다 의연하게 삶을 운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의 필연법칙에 눈을 뜨게 되면 우리는 영원성과 만나게 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어렵다. 스피노자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이 모든 게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면 더 진취적이고 지금 당장 좀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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