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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왜? - 두 위대한 철학자가 벌인 10분 동안의 논쟁
데이비드 에드먼즈 외 지음, 김태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영미철학 하면 두려움마저 느낀다. 명제를 분석하는 그들의 논리는 수학적인 기본 베이스가 전제되어 있기에 보통 명석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비트겐슈타인은 왜? 라는 책은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과 물음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본인은 자부하기에 이 책을 꼭 숙독하기를 권한다.
영국의 경험론을(로크, 버클리, 흄) 바탕으로 출발한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중심으로 그들의 학파를 형성한다. 모리츠 슐리크가 그 멤버들의 장임과 동시에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비트겐슈타인은 그 모임의 정신적인 지도자이다. 그 외에도 러셀과 카르납, 괴델, 헴펠, 노이라트, 콰인 등의 수 많은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과학의 대가가 이 모임을 형성하고 있다.
당시의 오스트리아의 빈을 중심으로 하는 이 논리실증주의자들은 그들의 주된 모토를 '명제의 명료화'와 '과학을 통한 의미의 확실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모든 이전의 철학 체계를 명제의 분석과 경험가능한 검증성의 원리로 형이상학과 윤리학의 문제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한편, 이러한 논리실증주의자들의 모임은 다른 학파의 비판을 사기도 하였는데, 바로 그 자가 칼 포퍼였다. 포퍼는 '반증주의'라는 과학적인 탐구의 방법을 토대로 검증주의에 맞선다. 그리고 1946년 10월 비트겐슈타인과 칼 포퍼는 캠브리지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속에서 그 둘은 하나의 역사적인 해프닝을 연출한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인 '비트겐슈타인의 부지깽이 사건'이다.
지금까지는 이 책의 서술적인 동기부분을 간략히 옮겨봤다. 이 책은 철학적인 문외한도 쉽게 비엔나 학파의 사상과 21세기 가장 위대한다고 칭송받는 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삶과 사상, 그리고 철학의 여정을 소설같이 풀어내고 있다. 이전에 출판된 레이 몽크의 '천재의 의무'보다 더 상세히 그리고 쉽고도 화려한 문체로 위대한 두 학자의 학문적인 모든 태도를 소상히 적어내고 있다.
그 외에도 당시 히틀러의 세계대전이라는 상황적인 조건과 유대인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이 두학자외의 사상가들의 논리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그렇게 부유란 집의 자식이는 것은 알고 있었도,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몰랐는데, 이 책에는 자세한 학자들의 사진과 첨부 자료를 소상히 담고 있다.) 또한 포퍼를 좋하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과연 그가 전체주의를 그냥 싫어했을까? 아니면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인가? 등등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괴델의 정리'라든가, '노이라트의 배' 또는 헴펠의 패러독스' 그리고 '러셀의 기술이론'등등을 보다 더 쉬운 소재로 형상화하고 있다. 오늘날 영미를 중심으로 영미철학을 이끌었던 사상의 전말과 그것을 통한 심리철학적인 맥락도 그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대로, 위에서 열거한 학자들의 저서를 읽는 것은 곤욕스럽고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를 정도의 논리를 구사하고 있기에- 기존에 나와있는 무니츠의 '현대분석철학' 보다는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미철학의 전통과 그 시대적인 소산의 사상을 가장 쉽고도 진지하게 접근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모른다고 무턱대고 폄하하거나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우월하다는 식의 논리는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한국적인 상황 속에서 서구냐 동양이냐는 식의 분할과 그 와중에 한국의 사상이라는 정체성의 논리보다는 우선은 배우려는 진지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참으로 좋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나 또한 손에 잡은지 하루만에 다 읽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