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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된 혁명가
남진현 지음 / 빈빈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화가가 된 혁명가
볕이 좋은 어느 가을날, 책 한 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표지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그림 속 인물의 눈동자와 자꾸 눈이 마주칩니다.
그림이 자꾸 말을 걸어옵니다.
책의 저자 남진현은 1990년에 사노맹 중앙의원으로 구속되고 13년 후 석방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를 보낼 때, 작가는 감옥에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미술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작가의 그림들은 자꾸자꾸 보게 됩니다.
“이 책은 나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고, 그림을 구실로 나의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기도 하고, 그림과 연결하여 몇몇 좋은 영화들에 대한 감상을 나누자는 책이기도 하고, 그림을 매개로 삶과 세계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는 책이기도 하다.”라고 작가는 책을 소개하면서 “내게 중요했던 것은 ‘스스로에게 떳떳하기’였다, ”라고 덧붙입니다.
표지에 나오는 그림이 제목은 ‘혹독한 시절’입니다. 혹독한 시절을 보내는 한 사람이 자꾸 저를 바라봅니다. 불쌍하거나 무섭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가만히 그 눈의 깊이를 바라보게 됩니다. 책 속 그림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이 있습니다.
‘젊은 목숨’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보고 있노라면 ‘류시화-소금인형’이 떠오릅니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곁을 스쳐 간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 조금 아프기도 하지만 기억해내려고 노력합니다. 기억만이 제가 할 방법이니까요.
가장 마음에 닿은 그림은 ‘HUMAN HUMAN HUMAN’입니다. 작가는 “‘무엇이 중한디?’ 개개인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체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림에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나의 존엄, 그리고 우리의 존엄을 생각하게 합니다.
예술은 삶을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림과 글로 치유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며 저도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깊은 가을밤, 따스한 차 한 잔 두고 읽다 보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낼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준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