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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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책에서는 세상을 돌아다니는 바람의 딸이나 구호팀장인 여전사로서맹활약하는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고단한 여행과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돌아와 한숨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 그렇게 다 털어놓고나니 알 수 있었다. 세상과 나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보였다. 세상을 향한, 여러분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건 사랑이었다. (8-9쪽)

한비야의 글을 두 번째로 읽었다. 나와 같은 사람과는 뭔가 다른 사람, 뭔가 특별하고 대단해 보이는 사람인 한비야가 이번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고, 뭔가 나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그녀의 글을 다시금 접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읽고 나니 한비야가 보여주는 자신의 솔직한 내면의 마음도 짚어볼 수 있었고, 역시나 뭔가 내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잔잔하면서도 여운 깊은 파도 물결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깝지 않다. 참.. 잘 읽었다.

한비야의 글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행복발전소와 같이 솟아나는 기쁨과 열정의 힘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내겐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되돌아 오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래서 내게 가장 큰 매력일까.. 

행복의 조건이 순전히 외부에서만 오는 걸까? 외부에서 그 조건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바깥에서 어떤 종류의 힘이 가해지는 그것을 내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스스로 행복의 저건을 만들면 되는 것라고 믿는다. 이름하여 마음 속에 '행복발전소'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64쪽) 내 안에 무엇이 들어와도 바꿔주는 '행복발전소',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행복으로 느끼게 하는 '행복센세' 이 두가지를 마음 속에 두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우리 동네 떡집 할머니의 작은 칭찬, 베트남 복권 파는 아이의 씩씩한 희망, 그리고 집바브웨의 라면 한 봉지 같은 사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정도는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것도 아주 가뿐하게! (68쪽)

한비야가 주는 행복발전소의 매력은 거짓이 없이 솔직하고 진실된 그녀의 삶을 그대로 닮아 있기 때문에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전에는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현장에서 찾았다면 이번에는 그녀의 내재적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기 스스로  이러한 행복발전소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삶의 고된 순간도 맞부닥뜨리는 열정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기장에 적으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어떻게 하든 참고 견디자. 이 고비는 반드시 넘어갈 것이고 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106쪽) 혹시 당신도 내 친구처럼 인생의 오르막길이 힘겨워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내 경험상,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던 끈을 '나, 이제 그만 할래' 하고 놓아버리면 그 순간은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 같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포기의 고통'은 더욱 깊고 오래갔다. 어쩌면 그 어려움이 마지막 고비였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만 넘었으면 문이 열렸을지 모르는데, 하면서 후회막심이다. 돌이킬 수 없기에 그 후회는 더 뼈아프다. 그러니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발짝만 더 가보는 거다. 이제 정말 그만 하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해보는 거다. 딱 한 번만 더 두드려 보는 거다. (108-109쪽)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위에서 말한 모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자, 어떤가? 여러분도 머리르 때리는 글이 아니라 가슴을 때리는 글이 쓰고 싶은가? 그래서 기꺼이 이런 몸부림을 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몸부림이 달콤한 고통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건투를 빈다. 내게도 건투를 빌어주시길. (117쪽)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돈키호테>의 내용이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만치 크고 높은 꿈, 그리고 거기에 온 몸을 던져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이 바로 젊음의 본질이자 특권이다. 이 눈부신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버리겠다는 말인가. (152쪽)

이러한 열정은 현실에서도 희망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더욱 성장해나가도록 북돋아 준다. 이러한 성장이 절대 얄밉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녀의 성장이 자기 자신의 영역에 국한된 성공, 물질 불리기와 같은 수준 낮은 것들이 아니라는 것에서 나온다. 언제나 남을 향한 시선을 가지고 있고, 특히나 그 시선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시선에 도움을 주는 자로서, 도움을 이끌어 내는 자로서의 우월한 위치가 엿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비야의 성장, 성숙이 얄밉지 않게 해주는 그것, 한비야의 고백 따라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그것, 세상을 향한, 사람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을 읽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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