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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6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1.
'폭풍의 언덕'은 제가 처음 읽은 책입니다.
주위에서 책을 보더니 '책 제목은 들어봤다.' '어린이 고전으로 읽어봤다.' '드라마도 있지 않느냐?' 등등 다양한 반응이였지만
저는 '이게 고전이었나?'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JJ님의 설명을 듣고 '고전이었구나' 하고 그제야 알았습니다.
2.
읽어 나가다보니 사랑이야기인 걸 알았고 계속 읽을지를 잠깐 고민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랑에 대해서 인생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고, 지독한 사랑 같은 것을 오늘까지는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사랑 때문에 저렇게까지 한다고? 말도 안 돼', '누군가를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는건가?',
'사랑에 대한 배신이 복수로 응징당해야 하다니. 나 같음 다신 안 보고 사는 것을 선택할 것 같은데'
이것은 제가 그동안 살아왔던 제 삶의 환경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게 이성은
여자를 얼굴, 겉치레, 집안 형편으로만 판단해서
저 같이 예쁘지 않고 차려입는 것에 관심이 없는 여자는 함부로 대하는 사람부류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어떤 독서 수준을 가진 사람도 매료시킬 힘을 가졌다기에 그 힘에 휘감기어 보고 싶었고,
이 소설이 제가 사랑이라는 것에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제가 그냥 지나칠까 염려스러워서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3.
저도 JJ님처럼 1부보다는 2부를 재미나게 앉은 자리에서 쭉 읽었습니다.
마지막은 반전이긴 했지만 그리 놀랍지 않았습니다.
저도 주위 친구들처럼 어렸을 때 읽었다면 이 반전에 놀랐을텐데
한국드라마의 막장과 로코물을 많이 접해 온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서 제게는 익숙한 결말이였습니다.
늦게 늙어서 읽게 되어 좀 아쉽습니다.
4.
이 책을 읽고 나서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었을 때가 생각 났습니다.
성숙한 사랑에 대해 제게 말을 걸었던 투르게네프 역시 저를 사랑에 대해 조금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5.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문학은 과거에 자기가 살아온 시간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 주는 대상이라고 했는데
이야기를 읽고 나서
늦었지만 제 인생에서 사랑을 경험하고 실패하고 그 실패를 해석하고 그러면서 뭔가를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6.
사회과학책과 과학철학책만 읽다가
오랜 만에 긴 호흡을 가진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길어서.
이야기다보니 밑줄 그을 일도 별로 없어서.
지식 쌓기보다는 제 감정을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