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과 조우한지 10년도 넘은 듯 하다.. 발매당시 어떤 평론가의 글을 통해 그냥, 그냥 키스자렛의 음악적 행보와는 좀 안맞는 느낌의 스타일이라 들었던 것 같다. 음반 한장 사는 돈이 쉽게 소비되기에 내 생산력이 그리 훌륭하지 못하므로, 나는 다른 이들의 간접체험을 어느정도는 참고하고 사게된다. 그래서 그냥 스킵했던 앨범... 어떤 계기로 구매한 요 ecm스러운 자켓의 앨범은 키스자렛의 거실인지, 개인 스튜디오인지에서 녹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녹음의 울림은 ecm스럽지 않긴 했다. 다만, 피아노 한대로 이뤄지는 본 앨범에서 녹음의 기술이 그리 필요할 것 같진 않았다는 게 이 앨범을 절묘한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자렛의 연주는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았던 휴식기를 통과한 스스로에게 하는 내밀한 독백과도 같다. 타건 하나 하나를 울리는 손가락은 신중하면서도 아름다운 행간을 간직하며 음 하나 하나 점검한 연주자의 울림이 묻어나는 연주.. 저 느린 시편과 같은 멜로디들 사이에는 절묘한 리듬감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이 있을지라도 이 앨범은 들어야 할 타이밍이 있다고 강변하고 싶다.. 그 시간이 새벽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