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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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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그리고 한국전쟁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의미가 깊은 60주년이기 때문인지, 6.25를 기억하는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다. 빅뱅의 TOP이 나온 '포화속으로'부터 리메이크된 '전우'와 '로드 넘버원' 등 영상뿐만 아니라 각종 사진전, 글짓기 대회, 웅변대회가 있었다. 하지만 시국 때문인지 6.25와 관련된 담론과 영상매체들은 진보하기는 커녕, 오히려 90년대 이전으로 퇴보했다. 북은 양민학살의 배후이자, 도저히 개선될 수 없는 빨갱이 집단이고, 남은 북의 침공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순결한 피해자'다. 미국과 유엔은 당연히 괴뢰집단을 물리치기 위해 나타난 지구의 용사고 말이다. 비상시국에만 존재의의를 갖는 용사들이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수호를 마친 후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러한 평범한 인식에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용사들이 만약에 돌아가지 않고 지구에 남았다면? 물론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이나 헐리웃 히어로물 같은 유쾌한 용사들은 아니다. 이들은 전후에 오갈 데 없어 자연스레 한국에 정착한 상처투성이의 이들은 사람들이다. 한국전쟁과 같이 이념에 의한 내전으로 친척을 죽이고 죄책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리스인 야모스, 전쟁에 의한 트라우마 때문에 이슬람인 임에도 돼지고기를 파는 하산, 전쟁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자신의 일부(기억)을 잃어버리고 비어있는 존재감을 6.25에 대한 갈구를 통해 해소하려 하지만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물론 현실은 전쟁의 상처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전쟁은 일상과 사회에서의 구조적 폭력이 극대화된 것에 불과하다. 가난과 불안한 가족에 의한 폭력 속에 말을 더듬는 유정, 대머리 아저씨나 이상한 것에 집착하는 맹랑한 녀석, 남편의 폭력을 피해 혼자 순댓집을 꾸리는 안나 아주머니, 분홍코끼리와 이상한 말만 반복하는 열쇳집 아저씨(정말 마지막까지 반복하시더군), 좀 이상한 전도사, 맹랑한 녀석의 짝사랑이었던 누나, 그리고 어디에서 다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주인공. 외국인이라 차별받고, 가난하다고 소외받고, 끝 없는 상처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충남식당’이라는 공간과 약자간의 ‘연대’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치유한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은 의부인 ‘하산’과 서로의 흉터를 이해하고 존재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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