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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계절 - 박혜미 에세이 화집
박혜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1월
평점 :
겨울: 보내고 기다리는 계절
(P. 8) 겨울은 보내는 마음에서 다시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작되고, 나는 그런 겨울의 애쓰는 마음이 좋다.
봄: 재회하는 계절
(P. 27) 하나씩 해나가면 돼. 이 말이 얼마나 많은 시간 위에서 만들어진 다짐인지 이제는 안다.
그렇게 어제 위에 오늘의 발걸음을 포개 걷다 보면 지금의 차선이 최선이 되는 날도 있겠지.
여름: 비밀한 계절(P. 59) 이 계절이 지나갈 때까지 모래알들이 여기저기 기억처럼 떨어질 거다.
어떤 건 지워져서 아쉽고, 어떤건 잊혀서 아쉽고, 어떤건 가벼워서 아쉽고, 그리고 어떤 건 사라지길 바라도 털어지지 않아 무겁고.
가을: 물들고 구르는 계절
(P. 85) 그 말이 나는 좋았다. 하나의 믿음이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내 손에도 한 줌 온기를 쥐게 해주는 거 같아서, 그 말을 사탕처럼 자주 꺼내 먹었다. 너는 잊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겨울: 쓰이고 그려지는 계절
(P. 102) 성냥 같은 마음을 쥐고, 나의 리듬에 맞춰 내일로 훨훨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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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미 작가님의 그림을 오랫동안 좋아했다. 이분만큼 계절을 잘 그리는 작가를 만난 적이 없다.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풍경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폭 들어가 있는데, 그게 참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계절 속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는게 좋았다. 그런 작가님이 계절을 주제로 에세이 화집을 출판하신다니,, 당연히 읽어봐야지!!
계절과 관련된 작가님의 에세이도 너무 좋았지만, 글 뿐만 아니라 그림의 작은 요소들까지 그 계절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 요소들이 뻔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봄의 버드나무, 아카시아, 목련. 여름의 능소화, 수국, 복숭아. 가을의 코스모스, 감나무, 갈대. 겨울의 귤, 수면양말. 정말 그 계절에 관심이 있고 계절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알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사계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말에 아이유가 봄 한 송이, 여름 한 컵, 가을 한 장, 겨울 한 숨. 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도 사계절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나? 했는데 이 책도 그렇다. 이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의 사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다.
계절을 잔뜩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계절을 잊고 사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오후의 소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