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랑을 갈망하는 이형 - 시크릿 노블
야마노베 리리 지음, Ciel 그림 / 시크릿노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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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때 사고로 머리를 부딪히면서 이후 사람들의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은 괴물의 모습으로 보이게 된 블랑슈.

따뜻하고 밝은 심성을 가졌던 블랑슈는 이후 사람들을 피해 방에 틀어박혀 지내며 오로지 그림 그리는 것만을 유일한 낙으로 삼아 지냅니다.

계모와 계모의 딸에게 핍박받으며 아버지에게는 방치당하고 하녀들에게는 무시당하면서도 사람들이 괴물의 모습으로 보이는 자신의 세계를 들키지 않으려고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변경을 수호하는 몽포르 백작가의 후계자 실뱅과의 혼담이 오가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쳐지듯 결혼을 하게 됩니다.

 

몽포르 백작가의 후계자 실뱅은 냉혈하고 추한 괴물로 소문났지만 사실은 굉장한 미남자로 블랑슈가 사고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고 전 조부모의 집에서 만났던 인연이 있습니다.

실뱅은 블랑슈와의 만남을 잊지 않고 가문 내에서 약했던 자신의 입지를 다진 후 그녀에게 청혼을 한 것이었습니다.

블랑슈가 당한 사고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녀의 왜곡된 세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실뱅.

블랑슈는 악마를 닮은 형상으로 보이는 실뱅에게 겁을 먹으면서도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마음에 점점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실뱅은 백작가의 후계자이지만 백작과는 전혀 닮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어머니의 부적절한 외도라는 출생에 관련한 소문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그때문에 계모의 아들인 남동생 로앙과 갈등하는 관계입니다.

 

사람이 괴물의 형상으로 보인다는 설정은 독특하고 흥미롭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블랑슈의 고백과 증상의 치유가 어떻게 이루어질까가 가장 궁금했었는데 여기에 은근한 반전(?)이 있었습니다.

블랑슈가 자신의 증상을 실뱅에게 고백하는 것은 당연히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 고백 후에 어떻게 될 것이냐.

일반적으로 철저하게 해피엔딩을 지향하는 로맨스에서 결말에는 모든 관계의 회복 및 처리가 진행되고 상처가 아무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증상의 고백 후, 블랑슈와 실뱅의 마음이 통하면 블랑슈의 증상이 낫는 방향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치유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이 이야기에서 아직까지는요.

 

모든 것을 깨끗하게 시작점으로 정리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블랑슈는 여전히 왜곡된 세계를 보는 채로이고 어린 시절 실뱅을 만났던 것 역시 떠올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둘의 사랑은 확인했고 실뱅만이 모든 것을 안 채로 블랑슈는 품습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여지를 남기면서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무게를 남겨두고 끝나는 것에 그동안 TL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깊이를 보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둘 사이를 방해하는 악조연은 있었지만 블랑슈의 설정이 독특하고 강력해서인지 악조연의 방해는 악랄하기는 했지만 큰 무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실뱅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생각보다 쉽고 순순하게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응대로 블랑슈 역시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과정이 악조의 방해라는 계기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서로의 의지로 담담히 털어놓은 것이었기에 둘 사이의 관계에 집중되는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로앙이 블랑슈의 비밀을 가지고 협박했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형을 위해 그녀를 시험해 보는 것이었다는 것 또한 좋았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남주도 여주도 모두 불완전한 존재였습니다. 여주는 남들과는 다른 세계를 보고, 남주는 작위를 가진 권력자가 아니라 주변의 경계를 받는 후계자로서 아직 권력을 마음대로 부리는 위치는 아닙니다.

블랑슈와 실뱅은 각각으로는 불완전하지만 서로 의지하는 힘이 되어 앞으로도 고난을 헤쳐나가게 되겠죠.

그런 점에서 서로의 비밀을 나누고 사랑을 확인한 것은 여느 로맨스물과 같은 해피엔딩이지만 아직 넘어가야할 산이 많다는 것에서는 완전한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어두운 면을 품고 끝나는 다크 로맨스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러한 여지를 두는 결말이 오히려 가볍게 여겨졌던 TL에 색다른 무게감을 줍니다. 오랜만에 보는 괜찮은 TL이었습니다.  

추가로 삽화에 대해서는 Ciel님의 일러인만큼 보기 좋습니다만 삽화 장면의 선택에서는 화려했던 다른 이야기들의 삽화에 비해 약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본 그림 자체가 훌륭하여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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