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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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에 속았네요... 그림이 메인입니다. 하루키의 글을 더 많이 실어주지... 솔직히 돈아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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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인가 - 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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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결코 반역이 아니다

 

내가 어릴 적 살았던 시골 마을에는 우물이 하나 있었다. 아마도 옛날에는 마을의 식수를 책임지면서 물 길러온 아낙들의 작은 쉼터 역할을 했으리라. 당시 나는 뚜껑을 열고 우물을 자주 들여다보곤 했다. 컴컴한 우물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서서히 물빛이 보였다. 우물에 빠지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어둠 속에 드러나는 그 물빛을 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자주 우물을 찾았다.

번역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우물을 들여다보며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맛보게 되었다. 난해한 외국어 문장과 마주했을 때 처음에는 깜깜한 우물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가도, 읽으면 읽을수록 우물 안 물빛처럼 서서히 그 의미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이처럼 외국어로 된 문장을 모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어두컴컴한 우물에서 서서히 물빛을 발견해나가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점점 번역이라는 우물에 깊이 빠져든 나는 번역가의 길을 가리라 결심했지만, 정작 번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런 나에게 번역은 반역인가라는 책은 우리 사회에서 번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번역은 반역인가에서 말하는 반역이란 무엇을 뜻할까. 이 표현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였던 로베스 에스카르피의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에서 왔다. 한 언어로 쓴 글을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재현해내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에서 번역반역으로 표현한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흠이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라는 말까지 한 점을 보면 번역은 정말 불가능한 작업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번역은 반역일까? 책의 저자는, 역사상 어느 문명이든 다른 문명과 처음 접촉할 때 가장 먼저 수행하는 작업이 번역이라고 하였다. 번역은 한국어 사용권에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존재하도록 하는 가치 있는 행위이자 에서 를 창조하는 일이다. 번역이 왕성해야 우리말도 풍부해지고 우리말이 풍부해져야 세상의 지식이 우리의 지식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오히려 번역은 반역이 아니라 애국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저자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 때 정부 내에 번역국을 설치하여 서양 서적을 조직적으로 번역해온 역사를 들며, 일본이 근대화를 이루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건이 바로 번역 활동이라고 했다. 그만큼 번역은 사회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고, 나아가 그 작업을 수행하는 번역가야말로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띤 번역가이지만 그들이 처한 번역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번역에 쏟는 막대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그 보상은 미미하고, 디지털 문화의 확산으로 출판 시장은 계속 침체 상태이며, 우리 사회는 번역의 필요성마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대학에서는 교수라는 신분과 명성에 의지하여 조교나 학생들에게 대신 번역을 시키는 교수들이 많다고 한다. 작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는 번역의 테크닉이라는 책에서 이들을 매춘교수라 부르며, 우리 번역 문학의 위상을 실추하는 장본인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번역은 반역인가는 번역의 역사를 시작으로, 번역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처한 번역의 상황과 비전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사회가 발전하는 데 번역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만큼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언젠가 번역이 합당하게 대우받을 날이 온다고 말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번역은 반역인가를 읽고 나는 번역의 필요성을 새삼 실감하였다. 번역가란, 우물 안 물빛을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식에 목말라 하는 독자에게 문화라는 우물물을 길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 또한 깨달았다. 번역이 반역이 될지 아닐지는 결국 우리 번역가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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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법
이강룡 지음 / 유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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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번역가의 필독서

 

번역 공부를 시작하면서 수없이 책을 사들였다. 주로 글쓰기 관련 책이었는데, 여기저기에서 추천받은 책부터 유명 작가의 책까지 서가 한 칸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되는 책 상자를 보다 못한 엄마가 책 때문에 아파트 내려앉겠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 많은 글쓰기 책 중에서 유독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바로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공공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등 글쓰기 교육 전문가로 활동 중인 저자 이강룡은 번역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에는 문장 작법이나 다양한 지식뿐만 아니라, 저자가 번역하면서 겪은 오역사례와 경험담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저자는 번역자라면 3~4백 쪽이 넘는 책 내용을 독자에게 서른 줄로 설명하거나 서너 줄로 요약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책의 전체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료를 조사할 때 왠지 미심쩍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용어를 만나면 설사 친숙한 말일지라도 원래 맥락이 무엇인지 파헤쳐 봐야 한다고 말하며, 독자가 오해하기 쉬운 문학 작품 속 단어를 예로써 설명해놓았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정지용이 쓴 <향수>의 한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었다. 나 또한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이 시를 배웠고, 좋아하는 시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향수>는 노래 가사로도 쓰이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까지 내가 시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니, 조금은 충격이었다.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난 그동안 위 구절에 나오는 얼룩백이 황소를 아무 의심 없이 누런 소라고 생각해왔다. 얼룩무늬 황소는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 시에 나오는 황소는 누런 소가 아닌 큰 소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황소은 뒷말에 크다는 뜻을 부여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난 수십 년간 얼토당토 않는 오해를 해왔다.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번역자라면 늘 어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어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본래 뜻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 불필요한 오해나 단어 오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번역자는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밖에도 우리가 평소 잘못 이해하고 사용해왔던 용어에 대한 다양한 예와 설명이 실려 있으므로, 번역자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시신을 부검하여 사망 원인을 밝히는 어느 법의관은 시신의 모습을 죽은 모습이 아닌 삶의 마지막 모습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 애정을 품고 오랜 세월 성실히 일하다 보면 누구나 그 분야의 훌륭한 번역자가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주제처럼 공부하는 번역자에게야말로, 머지않아 말과 글과 삶이 하나로 만나는 기쁨을 누릴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번역 지침서로 옆에 두면서 책장이 닳도록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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