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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낙원
헤닝 만켈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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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전철을 타려는 입구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이들을 만나곤 한다. 살며시 몸을 움츠려서 그들이 건네주는 명함을 모른 채 하거나 적극적으로 싫다는 손짓을 하고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는다. 그들은 평소에는 잘 나타나지 않다가 선거철에만 잠시 나타나는 철새와 같다. 그들도 한 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초리로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그들의 공약이 어떻든 나는 관심이 없다. 공허한 메아리만 되어 돌아오는 그들의 말에 누가 공감을 하겠는가. 그들의 말이 지켜진다면 모를 일이지만, 우리도 경험을 통해 그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 중에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를 한 번 바꿔 보겠다고 해서 나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옥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운 게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과연 누가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인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그들의 기득권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갖은 아양을 떨면서 머리를 숙여가면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소설 ‘불안한 낙원’도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시기와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지 사람 마음 속에 있는 권력에 대한 욕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한나는 자신의 궁핍한 삶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프리카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은 낙원이라기보다는 지옥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보고 들은 참혹한 현실은 이를 방증하고도 남는다. 그녀의 시선에 보여 지는 세상은 백인인 그곳 토착민인 흑인을 노예로 부리고 남자가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말 그대로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이방인 한나가 보기에 그곳은 흑인과 백인 모두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채 인간의 얼굴을 잃어가는 사회다. 백인들은 현재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흑인들은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포르투갈 령 동아프리카의 로우렌소 마르케스라는 항구 도시였다. 그녀는 한 호텔에 묵었는데 그곳에서 병을 얻고 호텔 여인들의 도움으로 회복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곳은 유명한 매움 굴이었고 그녀를 도와 준 여인들도 매춘부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남자와 결혼을 한다. 불안한 낙원에서 더 이상 혼자 살아 갈 자신이 없던 한나는 매음굴 주인과 애정 없는 결혼을 하지만 몇 달 만에 다시 미망인이 되고 만다. 이제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매음굴과 여자들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더 이상 아프리카에 사는 무기력한 백인 여자가 아니어야 함을 깨닫기 시작한 그녀는 나름의 원칙과 기준으로 흑인 여자들을 대변하기 시작하고, 백인과 남성이 지배하는 폭력적 세계의 부조리에 서서히 눈을 뜬다.

 

그곳에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백인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길이 이 아프리카 땅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나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투옥되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한 흑인 여인을 구명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백인 사회는 그런 그녀를 비난한다. 지배자로서 지켜야 할 그들만의 원칙을 깨트리고 동족을 배반했기 때문이다. 한나는 흑인들로부터도 소외된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그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애를 쓰는 그녀를 지지할 수 없다. 매음굴의 주 고객인 백인들의 보이지 않는 보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기득권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소설에서 보듯 백인은 기득권자들이었고 흑인들은 피지배자들이었다. 자신들의 땅에서 이방인들에게 지배를 받으며 갖은 수모를 겪는다. 이 소설의 배경이 100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행태는 지금 현실에도 존재한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한 번 기득권을 부여잡은 사람들은 그것을 다시 획득하기위해 비굴한 모습조차 참으며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쫒는다. 기득권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그 수위가 문제이다. 인간관계에서 남보다 우위에 서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자들은 그것을 쉬이 놓지 못한다. 원래부터 자신들에게만 맞는 옷인 양 절대 벗지를 못한다. 그게 자신들을 옭아매는 덧인지도 모르고 덥석 무는 격이다. 이 소설을 통해서 권력 뒤에 있는 무서운 공포를 보았다. 그것은 흑인들이 갖고 있는 노예 의식이고 패배의식이다. 그들도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1프로의 기득권자와 99프로의 피지배자, 그게 아직도 음습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각성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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