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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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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탄생 배경은 상류계급이 중하류계급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소설가란 이처럼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이 소설의 집필 배경에 대해 세라 워터스는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전쟁 후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힘이 커진 노동자계급은 사회 변혁을 꿈꾸게 되었고, 상류계급은 자신들이 위협받고 공격당하고 있다고 여겼다. 나는 ‘공격당하고 있다’는 그들의 생각에 흥미를 느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떠올린 건 소설 구상을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서였는데, 상류계급이 느낀다던 ‘위협과 공격’을 귀신이 출몰하는 집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갑(상류계급)과 을(중하류계급)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영원할 수가 없다. 요즘 핫 이슈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계급간의 갈등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 이게 현실이다. 갑을관계를 청산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욕망과 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한 욕망이 사람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피터드러커의 ‘프로페셔널 조건’에서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대 간의 격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필수부가결한 법칙이라고 했다. 부모의 세대와 지금의 세대가 서로 이해수준이 다르듯이 갑과 을의 관계도 변화고 있는 것이다. 자본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본가에서 지식노동자로 많은 것이 이동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크게 변함이 없지만, 이 책에서도 이런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문제나 갈등으로 인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고심 끝에 탄생한 것이 이 책의 핵심주제인 것이다.

 

리틀 스트레인저의 배경이 된 20세기 중반은 두 차례의 전쟁 이후 영국 사회의 가치관이 전체적으로 변한 시기이다. 노동자계급이었던 사람들은 더 이상 귀족들의 집사나 하녀 노릇을 하길 원치 않았고, 귀족들 역시 자신들이 선조의 유산을 유지할 재정적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저택을 처분하거나 이사를 떠났다. 소설은 바로 이러한 사회 변화와 ‘쇠락한 대저택’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기괴한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이처럼 시대에 변화에 발을 맞추면서 자기 자신도 함께 변화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에도 불구하고, 특권계층이 오랫동안 누리고 있던 안락함이나 권력을 쉽게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경제적으로 몰락을 하더라도 일말의 자존심과 권력에의 향수는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두 계급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갈등은 소설의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고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 긴장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이 1인칭 화자의 말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심과 불안이다. 1인칭 화자인 나, 닥터 패러데이는 노동자계급에서 중상류계급으로 성공적으로 올라선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이처럼 성공의 가도를 가다보면 어느새 공허함이 생긴다. 이 책에 저자도 이와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주인공처럼 의심이나 불안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간신히 지탱하며 살아간다. 이게 우리네 현실이다. 물론 반대쪽의 하락도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권력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그네들이 한순간에 몰락을 한다면, 이 또한 공허가 뒤따를 것이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두 계급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제나 오늘이나 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 갭 차이가 적어졌다는 것뿐이지 현실적으로 느끼는 온도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일은 변하는 시대에 맞춰 한 발짝 발을 옮기는 것뿐일 것이다. 사회 변화에 개인이 이길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격을 받고’ 쓰러지지 않으려면 개인이 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회에 기대서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이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사회 밑바닥으로 몰락하기 전에 스스로 건져내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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