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잠시 멈추어요.

단1분 만이라도 잠시 멈추어요.

삶을 현재에 정지시켜놓고

잠시 깊게 숨을 내쉬어요. _(P.281)

 

하루종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만지고, 맛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살면서도 오늘 뭘 경험하고 느꼈는지 스스로에게 한마디 질문을 던져보면 머리 속은 하얘진다. 오늘 나는 뭘 보고 듣고 했단 말인가. 아마 일기를 쓰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기장을 펼쳐놓고 보면 뭘 써야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해야 했던 경험말이다. 지금 초등학생인 큰 녀석도 그런다. 함께 나가 실컷 놀고 들어와서는 그날 일기를 쓰라고 하면 '오늘 뭐 했어?'하고 되묻는다. 뒷산에라도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 뭘 봤느냐고 묻는 질문에 '별로 본게 없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은 헬렌켈러와 같이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린다. 눈뜨고 다니며 본게 없다니. 눈 뜬 장님이란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일까. 그처럼 감각을 닫고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 시간들이 많다는 얘기겠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라는 목소리들을 자주 듣는다. 이제 주위에서도 명상을 권할 정도로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찾기위한 노력을 많이들 하는 분위기다. 명상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고 감각을 깨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뿐만아이라 내 주위의 일들과 사람들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자세히 살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잠자던 의식이 깨어남을 경험하게 해준다. 평소 지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도 하고, 평소와 다른 생각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런데 바쁜 현대인들이 이런 명상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않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지식과 정보들에 파묻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급급해 오감을 열고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생각에 푹 빠져볼 수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해진다. 이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며 새삼 느끼게 된 사실이기도 했다.

 

집중만 하면 전화번호부 책도 재미가 있어요.

지금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_(P.149)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관심을 주지 않았던 탓에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들이 참 많다. 길가의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면 그 나름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자기자신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주지 못하면 스스로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사는 것과 같다. 진정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보다 남을 위해, 남들이 요구하는대로 사는데 익숙해져 버린 탓이 아닐까. 그렇게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왔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볼 일이다. 관심의 방향을 내 삶에 돌려보는 것이다. 무심히 의미없는 일로 바쁘게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나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내 인생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말이다. 이 책은 잠깐 멈추고 나를 생각하는 일상의 여백을 만들도록 해준다. 그리고 내 삶에 집중하게 해준다. 그냥 생각없이 읽는다면 단 몇 시간만에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혜민스님의 통찰력 넘치는 말씀의 나머지 여백은 반드시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우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삶 속의 지혜는 이처럼 내가 뭔가를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멈춘 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들을

그냥 조용히 알아채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_(P.283)

 

일상에 묻혀 정신없이 보내고 있음을 자각했을 때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내 의식과 감각들을 깨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리는 사람과 잠시 멈추고 생각하는 사람이 보고 느끼는 삶의 깊이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늘 쫓기듯 시간에 내몰려 살면 무의식에 프로그램된 대로 의미없는 일을 반복하며 살게 된다. 생각없이 살아가니 기억에 남는 일들이 별로 없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늘 깨어있는 상태로 순간순간을 살면 그 모든 순간에 의미가 절로 생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도 절로 살아난다. 그렇게 나를 깨우면 더 의미있는 일들을 추구하게 되고 삶을 더 사랑하게 될지 모른다. 삶을 더 사랑하게 되면 그 속에서 우리가 몰랐던 행복을 찾게될 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는 멈출 줄 알아야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면서 얼마나 자주 멈춰 생각하고 일상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는지는 일기장에 쓸만한 기억들이 얼마나 떠오르는지 여부가 증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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