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적세는 홀로세Holocence라고도 불리는데, 1만 2000년 전에 빙하기를 뒤로하고 맞이한 현재의 따뜻한 간빙기다. 홀로세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라는 뜻으로, 인류는 홀로세를 맞이하여 한곳에 정착을 해 농사를 짓고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가 7만 년 전 아직 빙하기였을 때, 아프리카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나선 이후, 아시아와 호주, 시베리아, 미 대륙까지 전 대륙에 퍼져나간 이후 처음으로 맞게 된 기후 안정기였다. 지금 한국이 지구에서 가장 뚜렷한 사계절이 나타나는 위도지만, 사실 이 정도의 기후 안정성을 가진 것이 지구의 원래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고 있고, 인류는 간빙기에 문명을 꽃 피우고 삶을 영위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의 모습, 세계지도가 오늘 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된 것은 약 7000년 전부터다. 그 전에는 해수면이 지금과 같이 높지 않아, 1만 5천 년 전에는 아시아와 북미 대륙이 붙어 있어 인류가 걸어서 아시아에서 북미 대륙으로 걸어서 이주하기도 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현재의 대륙과 해수는 1만 5천 년 전과 굉장히 다른 모습이고 점차 변화했다는 것인데, 그럼 성경의 구약에 나오는 인물들이 경험하고 인식하던 세계와 현재의 우리가 경험하고 인식하는 세계가 매우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지구에 살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지구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놀란 점이 소빙하기가 14세기에 시작되어 19세기 중반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21세기이고, 약 2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빙하기였다니! 소빙하기에 유럽도, 아시아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우리 나라는 고려 말로, 많은 이들이 가뭄과 기근, 전염병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이 고통의 시기에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열어, 새로운 시대가 열게 되었다. 자연이 주는 고통으로 다른 나라들도 새로운 왕조가 시작되는 등 여러 역사적 변화를 경험했다.
유럽은 소빙하기에 기근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입되었고, 전염병이 여러 도시로 퍼지게 되었다. 이 때의 전염병이 '흑사병'이었다.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는 1/3, 파리와 런던에서는 절반 가량 줄어들기도 했다. 그리고 시작된 희생양 찾기는 마녀 재판, 마녀 사냥으로 이어졌고, 마녀로 오인 받은 여성들 뿐 아니라, 유대인들도 악마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소수민족인 유대인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하류층 여성들을 그런 식으로 낙인과 혐오를 앞세워 죽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적으로 척박한 기후에서 인간이 선택한 삶의 방식과 자신의 안녕을 위해 손쉽게 지구 환경을 파괴하여 미래에 어떤 변화를 겪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 인류가 지구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리고 지구-인간의 관계를 꿰뚫는 인상 깊었던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