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사이드에서 처음으로 키보드 앞에 앉았던 날 빌 게이츠가 느낀 것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비틀스 또한 매일 밤 여덟 시간씩 일주일내내 연주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엉덩이를 빼지 않았다. 그들은 기회를 향해 뛰어들었다. 일에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을 때, 힘든 일은 감옥 같은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가치가 있으면 그 일을 찾아낸 사람은 오히려 아내의 허리를 붙잡고 지그를 추게 된다. - P180
소멸 이후에도 살아남는 문화적 유산의 힘 참으로 놀라운 연구결과가 아닌가? 우선 선조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선조들과 비슷하게 행동한다는결론이 놀랍다. 그러나 이 실험에 참가한 남부 출신 학생들은 그들의 선조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영국계 선조의 자손인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남부에서 자랐을 뿐이다. 그들 중 목동은전혀 없었고 그들의 부모가 목동인 사람도 없었다. 그들이 19세기 후반이 아닌 20세기 후반의 사람들이라는 것. 미국에서도 한참이나 북쪽에 있는 미시건 대학의 학생이라는 것, 남부에서북부로 유학을 올 만큼 개방적이라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19세기 켄터키주 할란에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코헨은 연구의 뒷얘기도 들려주었다. "이 연구에 참가한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매년 수십만 달러 이상을버는, 그것도 1990년대 물가 수준에서 그렇게 버는 집안 출신입니다. 그들은 애팔래치아산맥의 언덕배기에서 살다가 온 학생들이 아니에요. 그들은 애틀랜타에 있는 코카콜라 본사의 중간 관리자급 이상 되는 집안의 아들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의문이 생기죠. 그들에게 어떻게 그런 성향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100년도 더 지났는데 왜 명예 문화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 왜 애틀랜타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도 개척자들과 같은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문화적 유산의 힘은 강력하며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오래도록 지속된다. 또한 문화적 유산은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것은 물론 그것을 탄생시킨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소멸된 이후에도 살아남는다. 나아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함으로써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한다." - P205
실제 생활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는 영화에서처럼 자주일어나지 않는다. 엔진의 일부가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일은 없다. 이륙하던 중 그 힘을 버티지 못해 방향타가 뚝 하고 부러지지도 않는다. 기장이 의자 뒤쪽으로 몸을 한껏 젖히며 "오, 신이여"라고 숨죽여 외치는 일도 없다. 첨단기술은 일반적인 상업 민항기를 토스터기처럼 믿을 만한것으로 바꿔놓았다. 따라서 비행기 추락 사고는 사소한 고장과 장애가 축적되어야만 발생하게 된다.‘ •••••• ㅇ 이것은 비행기 사고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산업재해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산업재해로 1979년에 발생한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의 핵발전소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건은 미국의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고 미국의 핵 산업에 치명타를 가했으며 아직도 그 여파가 극복되지 않고있다. 원자로에서 벌어진 이 일은 드라마틱한 사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페로(CharlesPerrow)가 자신이 저술한 (정상 사고Normal Accident)에서 말한 것처럼 ‘닦개‘라고 불리는 거대한 물 필터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닦개는 자주 동작을 멈추었고, 일단 동작이 멈추면 발전소의 환기시스템에 습기가찼다. 그리고 그 습기는 두 개의 밸브를 타고 들어가 발전소의 증기 발전기에 들어가는 차가운 물의 흐름을막았다. 모든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스리마일에도 이런 때를 대비한 예비 냉각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예비 냉각시스템의 밸브가 열려 있지 않았다. 더욱이 예비 냉각시스템의 개폐를 알려주는 계기판이 하필 그 위의 스위치에 걸려 있던 ‘수리요함‘이라는 꼬리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물론 또 다른 예비시스템도 있었다. 원자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임시 밸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운이 나봤는지 그날은 그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야 할 조종실의 방사능 감지기까지도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스리마일섬의 기술자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있을 때는, 이미 원자로가 붕괴하기 직전까지 치달은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하나의 거대한 잘못이 스리마일을 위험에 몰아넣은 것은 아니다. 서로 완전히 무관한 다섯 개의 사건, 즉 개별적으로 보면 발전소의 일상적인 잔고장에 불과한 것들이 모여 큰 사고를 불러온 것이다. - P211
우리는 완곡어법의 관점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발견되는 특이점 하나를 이해할 수 있다. 민간 항공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은 동등하게 비행에 관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장이 조종석에 앉아있을 때 훨씬 더 많은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얘기냐고? 플로리다 항공사의 비행기 추락 사건을 생각해보자. 부기장이 기장노릇을 하고 있었다면 과연 네 번씩이나 힌트만 주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분명 명령을 내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행시간이 더 짧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을 때 비행기가 더욱 안전한 이유는 경험이 더 많은 조종사가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곡어법과의 싸움은 최근 15년간 민간 항공사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는 ‘승무원 자원관리(Crew Resource Manage-ment)‘라는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는 연차가 낮은 승무원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이다. 또한 많은 항공사가 상황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부조종사가 조종사의 권한을 양도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장님, 걱정스러운데요"라는 말에 이어 기장님. 이래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해도 기장이 반응하지 않으면, "기장님, 안전한 상황이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이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경우, 부기장은 비행기 운항에 대한 전권을 넘겨받게 된다. 많은 항공 전문가가 최근에 항공 사고가 놀라울 정도로 감소한 이유는 이러한 완곡어법과의 싸움이 승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 P227
‘우리는 각각 고유한 인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우리가 성장해온 공동체의 문화적 환경을 통해 영향을 받은 것이 있으며, 그 차이는 놀라울 만큼 두드러진다.‘ 벨기에와 덴마크는 비행기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그리고 덴마크인은 벨기에인과 비슷해보이기 때문에 코펜하겐(Copenhagen) 거리에 뚝 떨어지면 그곳이 브뤼셀(Brussels) 거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불확실성 회피라는 잣대를 놓고 보면, 두 나라는 그보다 더 멀 수 없을 만큼 먼 사이다. 불확실성의 잣대앞에서 덴마크인은 유럽 국가 사람이 아닌 자메이카인과 훨씬 더 유사하다. 덴마크와 벨기에는 넓은 의미에서 유럽식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전통에 속하는 나라지만 역사, 정치구조, 종교 전통, 언어, 음식, 건축, 문학 등이 모두 다르다. 이 모든 차이를 종합해보면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써야 하는 특정한 상황에서 덴마크인은 벨기에인과 전혀 다른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모든 홉스테드 지수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아마도 ‘권력 간격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일 것이다. 권력 간격 지수란 특정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홉스테드는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또한 조직이나 집단 내에서 권력이 약한 구성원이 권력이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인정하거나 혹은 그렇다고 짐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존중받고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그리고 "권력층이 특권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홉스테드는 자신의 저서 《문화의 결과(Culture‘s Consequence)》에서 권력 간격 지수가 낮은 나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권력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부끄러워하고 은밀하게 행사해야 할 그무엇이다. 나는 스웨덴(PDI가 낮은 나라)의 한 대학교 교직원이 권력을 행사하려면 권력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도자가 격식을 차리는 모습보다 그 반대의 모습을 더 노출시키고자 한다. 오스트리아(PDI가 낮은 나라)의 수상 브루노 크레이스키 (Bruno Kreisky)는 종종 전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는 1974년에 네덜란드(PDI가 낮은 나라) 수상 욥 덴 윌(Joop den Uyl)이 포르투갈에서 캠핑카를 타고 캠핑장에서 쉬고 있는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권력자들의 이런 모습은 PDI가 높은 벨기에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다. - P236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은 출신지의 성격과 강하게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PDI가 높은 문화에서 좋은 조종사가 나오기란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PDI가 가장 높은 나라는 컬럼비아가 아니다. 헬름라이히와 그의 동료인 애슐레이 메리트(Ashleigh Merritt)는 전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측정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궁금한가? 1위는 브라질이었고 2위는 한국이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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