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번스는 눈 깜짝할 새에 가슴에서 리볼버를 뽑아들고 두 발을 쏘았다. 뜨겁게 달궈진 다리미를 허벅지를 올려놓은 것처럼 갑자기 타는 듯한 느낌이 전해 왔다. ...
"왓슨, 자네 다친 것 아니지? 제발, 다치지 않았다고 말해 주게!"
저토록 차가운 가면 뒤에 숨은 충실함과 애정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다치는 것도 괜찮았다. 아니 여러번 다치더라도 좋았다. 맑고 강인한 눈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더니 굳게 다문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오직 한번, 위대한 두뇌뿐 아니라 위대한 마음을 엿보았다. 평생에 걸친 나의 소박하지만 한결같은 봉사는 바로 그 순간에 최고의 영예를 입었다.
"홈즈, 아무것도 아닐세. 조금 긁혔을 뿐이야."
...
"이건 네 놈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만약 네가 왓슨을 죽였다면 이 방에서 살아 나가지 못했을 테니까. 자, 이런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변명할 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