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 <기막힌 존재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
조너선 플럼 지음, 유영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산만하다. 나는 머리가 나쁘고 무식해서 개인적으로는 제목과 내용과의 연관성조차 찾을 수 없었다. 혹평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요점찾기 어려운 문장은 정말 오랜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시중의 책 대부분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책들은 주제가 모호하거나 결론이 용두사미인 경우가 일상다반사라고 할 수는 있어도, 문장자체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자체가 무엇인지 판독조차 어려운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적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경제/경영]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결론을 찾아내기가 애매한 내용의 이 책은, 조직의 창의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자 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내용을 잘 담았는지의 성공과 실패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겠지만.  

  우선 책의 이야기는 22페이지에서 69페이지라는 장장 47면을 할해하여 한장에 두줄 정도인 우화와 간간히 유아용 삽화수준의 그림을 곁들여서 독자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체로 '우화'라는 것은 그렇다. 읽고나서 이야기 자체에서 뭔가 메세지가 있겠거니, 하는 감은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의 '우화'라는 것은 정말 난감한 수준이었다. 조너선 플럼씨께서는 동양의 신비로 잘 포장해서 자신의 이야기가 신비롭고 고차원적이며 심오한 것으로 포장하고 싶으셨을런지는 몰라도, 동양인이자 불교도로서 동양사상에 늘 관심을 갖고 살아온 내가 느낀 것은 그야말로 대략난감한 수습불가 서양적 동양 판타지였다. 이 우화에서 나는 어떤 메시지도 찾을 수 없었으며 어떠한 교훈도 얻을 수 없었고, 오히려 저자가 독자를 우롱하는 듯한 인상에 불쾌감만 유발되었을 뿐이다. 그것은 꼭 그 신비롭고자 갖은 애를 쓰면서도 별로 신비스럽지 않아서, 신비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일본의 종이접기 장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에도 본문과 제시된 '우화'와의 연관성은 어쩔 수 없는 '억지춘향'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조직구성원의 창의성을 발현시키면 조직자체도 창의적인 조직이 된다는 일반론을 처음부터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며 저자께서 반복 복습시켜 주시며 우직하게 끝까지 서술해 끝내버리신 본문에서, '종이물고기도 살아서 펄떡이게 만드는 변화의 기술'을 어떻게 찾아내란 말인가!!! 이 책 표지에서 제시했듯 '변화의 기술'이라던가, '새로운 나의 발견'이라는 문장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 본문 내용에서 창의성을 조직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변화기술에 대한 매우 세세하고도 구체적인 각론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새로운 발견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과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경영과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로드맵이 제시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데 과연 이 책 어디에 그런 내용이 있단 말인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추상적이고 일반론적인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다. 창의성을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력을 갖추어야 하고, 조직원이 창의적이 될 때 조직도 창의적이 된다, 라는 것이 이 책의 내용 전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모르는 경영자나 회사원이 어디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야말로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라는 이야기일 뿐인데! 

  그래, 내가 머리가 나쁘고 무식해서 생떼를 쓰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본문의 의미내용은 둘째치더라도 난 이 책의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답답했다. 한국어는 한국어인데 요지가 없다. 요점없는 이야기에서 핵심을 찾아내려고 애써야 하는 자신이 측은할 정도였다.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도무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창의성은 중요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위해서는 창의성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상호간에 창의적이어야 하며, 그로인해 조직은 창의적으로 변화할 수 있으니까,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마음껏 펼치도록 해주고 아이디어와 창의성은 여러사람들이 함께 연구해서 더 창의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라는 것이 내가 이 나쁜 머리로 애쓰며 알아낸 책의 전부이다. 물론, 좋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너무 뭔가 공허하지 않은가? 뭔가 구체적으로 만져지고 느껴지는 그 어떤 something special이 너무 없지 않은가!!?   

  좋은 서평을 쓰면서 칭찬을 하고 싶고 저자와 번역자와 출판사의 공적과 위대함을 찬양하며 그로인해 내가 큰 교훈을 얻었음을 감사하고 싶어 죽겠는데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려니 바램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그래서 미치겠다. 무지하게 괴롭다. 돌아보니, 이 책은 그래서 머리나쁘고 무식한 내가 읽을 책이 아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속이 상한다. 서평을 써놓고 보니 나만 순 나쁜 놈이 되어버렸다. 이거 정말 환장하겠다. 울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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