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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ㅣ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저는 더 이상 공책 구석에 남긴 낙서가 유실될까 두려워하지 않아요.
글을 사랑하는 당신께 아무것도 고치지 않은 마음을 보내요.
사람들이 우울에 취해 꿈의 세계로 넘어간다. 우울할 것 같았던 사람, 그러지 않았던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잠든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사라진 세계에 남겨진 청소년들은 어른들을 보살피고 이상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 몰라도 알아내야 한다.
📌 p.134
"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면 대학에 가는 꿈을 꾸지 않았을까?
찬미가 말했다.
"근데 그건 그것대로 시시하다. 꿈속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텐데 고작 대학이라니."
찬미가 덧붙이며 웃었다.
루시드 드림의 세계에서는 어른들이 먼저 잠들었지만, 현실이 된다면 청소년들은 앞을 다투며 먼저 잠들 것이다. 어쩐지 너도 나도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정말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일까? 이 책은 무엇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 p.215
아저씨가 아이처럼 웃었다. 정해진 시간을 살아 낸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어른이란 말이 아주 멀게 느껴졌다.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정해진 시간을 살아 낸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 자라나면서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줄곧 궁금했던 것인데,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것을 보면, 어른들도 '정말 어른'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는 분명히 아니다.
다만 <루시드 드림>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어른과 아이의 스펙트럼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중인 것, 조금씩 조금씩 주변과 나를 보살피게 되는 것.
이 책에 등장하는 여덟 명의 아이들과 다른 청소년들은 나와 너를, 서로를 돌보며 조금씩, 가끔은 아주 큰 보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지하지 못한 순간들이 모여 나를 성장하게 한다. 삶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 청소년이 읽기 정말 좋은 청소년 소설. 우리가 상냥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가끔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잘 풀어낸 작품이다. 흡입력이 좋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다만 후반부 전개의 개연성이 다소 빈약한 점이 아쉽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