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많은 이 세상도 -정호승
슬픔 많은 이 세상도 걸어보아라.
첫눈 내리는 새벽 눈길 걸을 것이니
지난가을 낙엽 줍던 소년과 함께
눈길마다 눈사람을 세울 것이니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사람들이
눈사람을 만나러 돌아올 것이니
살아갈수록 잠마저 오지 않는 그대에게
평등의 눈물들을 보여주면서
슬픔으로 슬픔을 잊게 할 것이니
새벽의 절망을 두려워 말고
부질없는 봄밤의 기쁨을 서두르지 말고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살아보아라.
슬픔 많은 사람끼리 살아가면은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아름다워라.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