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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노베이터>는 컴퓨터의 탄생과 (컴퓨터로 인해 폭발적으로 확장된) 인터넷의 발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 책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변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도달했는지 일목 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찬양서인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사람이다. 천재적 지능을 가진, 컴퓨터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일군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정교한 지적 능력과 숨막힐 정도의 노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열정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탄복하게 만들었다. (반복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이노베이터>가 천재들의 개인 능력에 대한 찬사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냐 묻는다면 그것 역시 정답이라 할 수 없다. 아주 정확히 말하자면, <이노베이터>는 개인간, 조직간의 협업(協業-Cowork)을 통한 혁신이 과학 발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룬 책이다. 책에 언급된 것 처럼 혁신의 핵심은 개별적인 천재를 양성하는 것과 협업적인 팀워크를 장려하는 것이 상반되는 행위가 아님을 깨닫는 일이다. 창의적 천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응용 엔지니어는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개념을 구체적인 장치로 구현한다. 테크니션과 기업가들로 이루어진 협업 팀들은 이런 발명품을 실용적인 제품으로만들어낸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 한 명의 천재가 중요한 기술을 발견(발명)해 인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은 꽤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발명이 특정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 적도 있지만 그건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한다. 대부분의 발견(발명)은 협업을 통한 혁신으로 완성된다. 위에 언급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 없이는 제 아무리 위대한 아이디어도 역사의 지하실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단순히 협업하자는 결심만으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 강인한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혁신을 이끌어 갈 이상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혁신은 지지부진해지게 된다. 혁신은 발전을 이끌어갈 위대한 천재와 그의 앞뒤에서 끊임없이 지적 자극을 주고 받으며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을 때 이루어진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외하고는 무엇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세상이다. 텔레비젼, 스마트폰, 청소기, 심지어 전자시계나 계산기에도 컴퓨터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유무선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는 24시간 전세계 어느 곳의 어떤 이슈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이노베이터>에는 현재의 컴퓨터(인터넷) 세상을 만든 역사 속 중요 인물들이 시계열적으로 등장한다. (무려) 1800년대 초반에 현대적인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주석]이라는 글 속에 풀어놓은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미분해석기를 고안한 '배니버 부시', 보편적인 컴퓨터에 대해 언급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최초의 컴퓨터 컴파일러를 개발한 '그레이스 호퍼', 프로그램 저장식 컴퓨터에 대한 보고서를 만든 '폰 노이만', 인텔이라는 위대한 기업을 만든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 그리고 '앤디 그로브', 인터넷 프로토콜을 완성한 '빈트 서프'와 '밥 칸'을 거쳐 우리가 너무나 익히 알고 있는 그 이름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까지, 책에 언급된 중요 인물들이 컴퓨터(인터넷) 발전에 끼친 영향과 그들의 무용담(?)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한 편의 위대한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700페이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만큼 모든 챕터의 모든 등장 인물과 그들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사건, 상황이 독자를 강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이노베이터>는 컴퓨터의 'ㅋ' 을 몰라도 인터넷의 'ㅇ'을 몰라도 독자가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재미를 가진 책이다.

 

  언급한 것 처럼, 이 책의 주제는 협업을 통한 혁신이다. 이것은 짧은 시기, 한 세대 안에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이노베이터>의 컴퓨터처럼 수백년의 기간을 두고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장기간의 협업에 대해  폴 베어런(인터넷 패킷 교환을 고안한 사람)이 설명한 글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테크놀로지 발전 과정은 성당을 짓는 것과 같다. 수백 년에 걸쳐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 오랜 기초 위에 벽돌을 하나씩 쌓는데, 이 모두가 '내가 성당을 지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 달이면 이전 벽돌 위에 새로운 벽돌이 올라간다. 그러다 역사가가 나타나 묻는다. '자, 누가 성당을 지었는가?' 피터가 여기에 돌 몇 개를 보탰고, 폴이 몇 개를 더 얹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속여 자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각각의 기여는 그 전의 작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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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0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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