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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평점 :
<트렌드 코리아>는 매 연말마다 다음해의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나오는 책으로 200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기획, 발간되고 있다. 어쩌면 책이라기 보다는 주간지나 월간지의 개념으로, 연간지(年刊誌)라 불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SERI(삼성경제연구소), KDI(한국경제연구소) 등에서 나오는 미래 예측 보고서처럼 정교하진 않지만 단순한 가십으로서가 아니라 정리된 체계를 가지고 길게는 1년 후의 미래를, 트렌드에 한정해 그려보고 진단한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비슷한 컨셉의 트렌드 예측서로는 <라이프 프로젝트 : 20**> 시리즈가 있다.
이런 예측서들을 읽을 때 마다 갖게 되는 불만은 확인할 수 없음에 있다. 책에서 예측했던 미래 트렌드가 실제 얼만큼의 확률로 현실화되었을까, 알 도리가 없다. 굳이 확인해보고자 한다면 이미 일어났고 거쳐가버린 지난 트렌드를 읽으려 과거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야 한다. (도대체 그럴 이유가 없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예측하는 것일까?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특징은 작년에 예측했던 올해를, 실제 일어난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정리해준다는 점에 있다. 그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고 타당했는지 스스로 분석해 독자들에게 검증받는 것이다. 예측서에서 이런 식의 시도는 상당히 참신하다.(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라이프 프로젝트> 시리즈는 이런 검증이 없다. 예측만 한다.) 다만 그 정도가 과한 측면도 있다. 390페이지 가량되는 내용 중 189페이가 2015년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회고라니. (재미있는 것은 2014년에 예측한 2015년 유행할 트렌드 10선에 대한 회고에서 저자들이 잘못 예측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결론난 부분이다. 예측한 모든 트렌드가 실제 2015년에 일어났고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대체로 결론낸다. 대단한 예측력이거나, 훌륭한 끼워맞추기거나. 독자 성향에 따라 판단이 나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사소한 특징은 예측연도의 띠를 포함한 10개의 알파벳으로 10가지 핵심 키워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양의 해였던 2015년은 <COUNT SHEEP>, 말띠해인 2014년은 (DARK HORSES), 뱀띠해인 2013년은 <COBRA TWIST> 식으로 제목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모든 키워드는 이 단어에 맞게 창조(?)된다. 2016년은 원숭이 해로 이번 책의 소제목은 <MONKEY BARS>다. 제목을 만들어놓고 그에 맞춰 제작되는 키워드다보니 약간의 무리수도 발생한다. 한 예로 "1인미디어 전성시대"를 굳이 MONKEY의 N에 맞추려다 보니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로 번역하는 식이다. 귀여운 집착이 가미된 작명 방식이다.
책을 펼치면 잡지처럼 간단히 훑고 지나가기엔 의외로 몰입되는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신기하다. 2015년 예측에 대한 회고만 읽어보더라도 2016년 현재의 내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간 트렌드도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그러니 2016년에 대한 예측이야 말해 무엇하랴. '소분시장'(싱글족을 위한 시장), '대리외상'(부정적, 충격적 뉴스등에 의한 심리적 외상),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등 처음 들어보는 용어만도 한가득이다. 새로운 용어와 낯선 대외 환경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제법 유쾌한 지적 자각이 일어난다.
책에 의하면 2016년은 "플랜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과잉근심사회", "1인 미디어 전성시대",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연극적 개념소비", 미래형 자급자족", "원초적 본능",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취향 공동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 강화되어 오고 있는 트렌드도 있고(체계적 육아법, 1인 미디어 등), 최근에야 떠오른 트렌드도 있다.(연극적 개념소비, 원초적 본능 등) 대부분의 트렌드가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들을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이제 앱은 트렌드 연구에도 빠지지 않을 필수항목이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2016년의 트렌드는 앱(어플리케이션)이 이끌어간다'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의외로 책을 펼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먼 미래가 아닌 이미 현재가 되어버린 2016년을 예측했기에 더 강하게 몰입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디 저자들 말처럼 되나 두고 보자, 소심한 의심도 생기지만 책에 설명해놓은 다양한 단어들을 사전으로 검색해보고, 이런 저런 앱들을 깔아 실행해보며, 트렌드 정보를 익히다 보면 적어도 현재의 트렌드에 뒤쳐진 사람은 아닌것 같아 위안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약간의 자부심이 생길지도 모른다.(나는 이런 용어와, 현상과, 앱을 알고 있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