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마,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배종훈 지음 / 더블북 / 2018년 8월

업무를 마치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휴식 같지 않은 시간들이 잔존한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남은 업무를 하다보면 시간은 어느 덧 밤 12시를 넘어선다.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눈꺼풀이 무거움을 느껴,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아지길 기도하며 잠을 청한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삶은 나를 더 나아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사회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몸에 익지 않아서인지 버둥거리기 바쁘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탓인지,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어딘가에 위치한 적신호가 삐-하고 울릴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보호한다. 아무도 없는, 오롯이 나를 돌아보고 쉴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훌쩍 떠난다. 요즘은 근교인데다 저가 항공들이 저렴하게 표를 내놓는 일본 소도시들이 내게 그런 곳이다. 재작년부터 1년에 4~5차례 주말을 포함하여 잠깐 잠깐 다녀오곤 한다.

책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는 어반페인터 배종훈 작가의 일본 소도시 여행기이다.

와카야마현의 구마노고도 순례길을 시작으로 오카야마현의 구라시키 미관지구, 아키타현 다자와 호수 등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내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보려고 계획 중이라 와카야마현의 구마노고도 순례길에 대한 부분이 가장 좋았다. 기회가 되면 구마노고도 순례길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에 다가 온 오카야마현의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그 때 내가 그렸던 풍경들이 떠올라, 작가가 그려둔 일러스트를 보며 지난 추억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의 감각들과 되돌아 본 내가 하나하나 떠올랐다.

책을 덮고 나니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다. 긴 연휴 탓에 업무가 많아져, 늦게 서야 집에 돌아와 책을 읽다보니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작가가 그린 글이나 그림을 보며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 한 숨을 크게 들이켜 쉴 수 있어 좋았다. 내 적신호들이 다소나마 진정되고 피로감이 물러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내 적신호를 다시 진정 시켰다.

그리고 그가 떠난 길을을 되짚어 보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자, 떠나보자.  (끝)

늬들이 유럽을 알아?, ‘유럽은 왜 빵빵할까?‘

유럽은 왜 빵빵 할까? ㅣ 질문하는 사회 5
조지욱 지음, 김혜령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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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시간을 중심으로, 윤리학은 윤리와 철학을 중심으로 세상을 본다. 이에 반해 지리학은 공간을 중심으로 본다. 그런데 하나의 공간에는 온갖 것이 모여 있다. 그래서 지리학은 종합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학문이다. 종합적 관점과 통합적 관점은 상당히 유사한 관점이다. 바로 지리학이 더욱 필요하고, 더 절실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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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무척이나 즐기는 반면, '지리'에 약한 나는 세계지도를 펼쳐 다음 여행지를 '계획적'으로 정하기 보다는 주변인에게 여러군데를 추천받고 적당히 끌리는 곳의 비행기 티켓을 무작정 산 후, 그 나라가 어디쯤 붙어있는지 확인한다.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삶을 살아왔구나, 나는. 반성합니다. -

그래서 인지 생각없이 비행기에 올랐다가 도착 시간(시차나 비행시간/경유시간 등) 때문에 놀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또한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그 나라의 날씨나 기후적, 지리적 환경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옷을 챙겨가, 계절에 맞는 옷을 다시 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아, 적다보니 여행에 있어서만은 정말 무모한 삶을 살았다, 나는. 또 한 번 반성합니다. - 그런데 웃긴 건, 그런 일이 자꾸 쌓이다 보니 점차 그런 일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그런 것마저도 그냥 여행이겠거니 하고 넘기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그런 오차 범위가 커질 수록 생각 외의 지출이 늘어나게 되어 정작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게 되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마음을 단정히 다잡고 다시금 (여행에 필요한 매우 간단하기 그지없는) 지리 공부를 해보자 마음을 먹었지만, 역시 공부로 접근하는 지리학은 전혀 재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점점 자신없고 나에게 맞지 않는다 생각한 지리를 등한시하게 되었다. 왜 그런 거 있지않나? 잘한다고 칭찬받으면 더 하고 싶으나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으면 뒤로 숨기고 내보이지 않고 싶은 마음같은 거 말이다. 지리는 내게 보이고 싶지 않은 여섯번째 손가락 같은 학문이었다.

그러다 읽게 된 <유럽은 왜 빵빵할까?>는 사실 지리 관련 도서라는 사실을 모르고 선택한 책이었다. 제목에 있는 '빵빵'이라는 단어만으로 그저 '빵(영어로 bread)'에 관한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펼쳐든 책이었다. -물론 빵에 대한 이야기가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메인을 이루는 소재가 '빵'이 아니라 '지리'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생각을 해보자면 책을 고른 것마저 운명적인 무모함이었다고나할까. 지리에 대해 약간이나마 흥미가 생겼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유럽인들이 빵을 주식으로 하니 빵빵을 빵으로 보고 책을 고르다니. 더욱이 떡하니 물음표 밑에 '지리'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는데도 말이다. 나도 참 나다.-

각설하고 이 책은 땅, 기후, 재해, 갈등, 한국,세계라는 총 6가지 주제를 '지리학'(세부적으로는 앞의 4가지 주제는 계통 지리로, 뒤의 2가지 주제는 지역 지리로 접근하였다)이라는 관점에서 풀고 있다.

땅이라는 주제에서는 지형이 형성되는 원리를, 기후에서는 더 더워지고 추워지고 있는 기후변화나 사라지는 장마 이야기를, 재해에서는 가뭄, 홍수는 물론 화산폭발이 과연 악영향만 끼칠까하는 이야기를, 싸움에서는 현재 미디어에서 많이 노출되고 있는 전쟁국가들에 관련한 이야기를, 한국과 세계에서는 통일 관련 이야기는 물론 표준시가 정해진 원리 등, 폭넓고 다양한 주제를 재미나게  담고 있다. 일단 앞서 누차 이야기했듯이 '지알못(지리를 알지 못하는)'인 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더욱이 '지리학'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는 하나 미디어나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서 그런지, 외려 책을 읽는 동안 지리에 흥미와 재미를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나와 같은 '지알못'들 -지리를 잘 모른느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여러분.- 이나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끝)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밥상을 모두 담은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 / 책들의정원 / 2018년 9월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해, 지금까지도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여러 만화를 부러 접하곤 하는데 가끔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를 만화로 풀어내는 일본망가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오타쿠 문화가 보편적인 일본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하나에 집중을 하고 그것에 대해 공부를 함으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가 본인의 지식으로 습득되는 과정 자체를 기쁨으로 여겨서 그런지 확실히 장르작품에도 강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만화시장이 좁고 편협한데다 돈이 될 만한 작품 위주로 주력하기에 장르적 다양성이 부족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부족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영만 화백의 작품인 <식객>을 참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일본망가 중에는 요리에 대한 장르만화가 다양한데, 그런 만화들의 경우, 단순한 재미와 즐거움을 넘어, 보고 느끼는 감각 묘사까지 탁월한데다 역사적 배경까지 알 수 있기에 지식습득에도 꽤나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그에 견줄만한 것들이 없었는데 그것을 깨부순 것이 <식객>이 아닌가 한다.
 
이 작품은 장장 8년에 걸쳐 27권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전국에 위치한 한국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음식을 품평하는 리액션이 과장되게 그려지는 일본의 요리만화와 달리, 담백한 어조로 정보와 재미, 그리고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요리가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 각의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동서남북 지역적 특색에 따라 다채롭게 상에 올려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은 요리라는 소재를 가지고 각 각의 요리가 가지는 문화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버무려 간편하게 한 입에 넣을 수 있게 만든 재미난 책이다.

이 책은 김치나 두부, 청국장, 막걸리, 낫토, 치즈, 샴페인과 같은 발효 음식문화는 물론 바다에서 나는 좋은 음식들 –주꾸미, 장어, 전복, 도루묵-과 우리의 전통음식 –떡국, 비빔밥 등-, 그리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식들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나는 특히 6장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음식들을 그려놓은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특히 얼마 전 모 방송에서 백종원 씨에게 전화를 걸어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를 묻는 방송 캡쳐본을 봤던 터라 그런지 더 흥미로웠다.

인간 생활의 3대 기본조건인 ‘의식주’와 관련한 만큼, ‘음식’은 우리의 생활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모든 이가 궁핍하여 하루 끼니를 걱정하던 시대야 그것이 몸에 좋든 아니듯 살기 위해 먹어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하고 달라졌다. 이제는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고 그 음식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내려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 알맞은지와 같은 것을 알고 그것을 어떻게 ‘보다’ 잘 먹는지가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우리 삶에 유익하고 즐겁고, 좋은 정보를 건네주는 ‘한국식 오타쿠 음식문화바이블’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끝)

육아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아들! 엄마 좀 나갔다올게’

아들! 엄마 좀 나갔다 올게 - 내 인생 즐기며 사는 미니멀맘의 질풍노도 에세이
신혜영 지음 / 유노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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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엇인가가 부족해야 한다. 부모의 지지와 사랑이 결핍되면 안 되겠지만 그 또한 넘치면 곤란하다. 사랑하기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미리 내 의지대로 맞춰 줘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른 척하기도 해야 하고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엄마의 뻔뻔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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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유산 이후, 조기출산으로 인해 팔삭둥이로 태어난 나를 온갖 정성으로 키운 우리 엄마의 모든 중심은 나였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나라는 존재에게 할애하고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 그리고 흘러가는 세월 앞에 하루하루 연약해져 가면서도 여전히 엄마의 아들 사랑은 진행 중이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너무 큰 감사함을 느끼는 반면, 때때로 엄마 자신의 삶이 나 때문에 없어진 것 같아 늘 죄송함을 느낀다. 그래서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만큼 훌쩍 성장한 나이된 아들을 놓지 못하고, 자신보다 항상 아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엄마에게 이제 자신을 위한 것들로 채워진 여생을 보내시라고 전하고 싶다.

그러던 찰나, 읽은 책이 바로 ‘아들! 엄마 좀 나갔다올게’였다.

엄마로서의 의무감을 내려놓고 주부로서의 책임감을 덜어내어, 결혼 생활 전반에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시켜보자는 에세이였다. 본인이 행복해야 아이를 더 행복하게 키울 수 있고 가정을 즐겁게 지킬 수 있다는 너무 빤하지만 너무 정직해서 외려 공감이 가는 이야기. 그야말로 우리 엄마에게 필요한 이야기.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잘못된 일이 생기면 부모로서 자신을 꾸짖고 탓하는 엄마가 아닌, 아버지가 바깥으로 나도는 모습을 보며 아내로서 자신을 책망하고 원망하는 엄마가 아닌, 부모나 주부라는 책임감으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보듬고 사랑하자는 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이자 아내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을 덮고 나자 문득 이 책을 엄마에게 보내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냥 책만 보내기에는 이상할 것 같아, 펜을 들어 이 책을 엄마에게 보내는 이유와 감사함을 전하는 짧은 편지를 포스트잇에 썼다. 그리고 그 편지를 책 표지에 붙인 뒤 포장을 하고 제주에 계신 엄마에게 보냈다. 내일은 엄마가 이 책을 읽고 앞으로 남은 엄마의 행복을 위해 찬찬히 걸음을 옮겨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끝)

누구보다 바쁜 그녀들의 이야기, ‘안녕, 간호사’

안녕, 간호사 - 좌충우돌 병원 일상 공감툰
류민지 지음 / 랄라북스 / 2018년 10월

올 초, 나는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라는 책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았었다. 사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간호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나였다. 태움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고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정 없게 행동한다고 욕하던 나였다. 더욱이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이미지 탓에, 간호사를 의사 뒤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며 시간이나 축이다 가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많이 반성하고 간호사들의 노고와 힘든 상황들을 인지하고 공감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관련한 책을 찾다가 읽은 것이 바로, 그들의 일상에 관한 일상 공감 웹툰 <안녕, 간호사>였다.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웹툰 형식에 빌려 이야기한다. 다만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와 달리, ‘간호사가 되어 가는 과정’까지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공부와 실습, 그리고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과정 등을 거치는 학생시절 그녀들의 고단함이 잘 녹여져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입 간호사로 들어가서부터 경력을 쌓아가며 선배 간호사로 성장하기까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일견 책 한권을 다 읽다보면 뭔가 대견한 느낌이 든다.

책에서 역시 공감이 갔던 것은 환자들이나 우리가 보는 ‘간호사’에 대한 시선이었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간호사 이미지를 덧입혀 우린 그녀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안 그런 경우가 더 많지만 그러한 부분은 일단 차치하자) 2, 3교대로 돌아가는 근무환경 속에, 무수한 무단결근자의 자리를 대신 메우고, 쉬는 날마저 교육수강을 해야 하며 OT는 기본에 누군가 무신경하게 없앤(의사나 환자들이) 의료용품을 찾아 헤매야 하는 그들의 고단함을 우리는 우습게 여긴다. 하물며 본인이 직접 해도 될 일들을 그들에게 전가하고 그들의 시간을 소중히 하지 않으며, 그들의 인격을 짓밟는다. 단순히 미디어가 만들어 낸 그들의 모습 때문에 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태움이란 문화가 왜 생겨났겠는가. 그녀들은 의사가 진료를 하기 전에 환자들의 상태를 검사하고 간단한 주사를 스스로 놓기도 한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환자를 죽일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더욱이 한 사람이 저지른 실수는 그것을 메꾸기 위해 또 다른 타인에게 전가되는데, 그것을 메꿔야하는 또 다른 사람 역시 자신이 가진 시간에 비해 맡은 환자는 많기 때문에 케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신인 간호사라 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당당히 해내는 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그런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태움 문화의 변질에 대해 옹호하고자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와 관습과 문화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쫓고는 그들만 뭐라고 하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더불어 태움 문화가 비단 간호사 세계에서만 일어나겠는가. 우리가 겪는 직장 내에서도 이름만 없다 뿐이지, 태움 문화가 비일비재 하지 않는가.

자신의 생활도 힘든데 타인의 삶을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호받아야 할 입장에 자신의 목소리만 내고 간호사의 이야기를 묵살하는 행위는 금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죽음에 대해 간호사의 멱살을 잡고 욕을 찌푸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씌워진 이미지로 그들을 평가하고 무시하는 점들을 자신에게도 있지않았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가 만들어 낸 그들의 삶이 아닌 현실에서의 그네들 삶을 지지해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웹툰이라는 형식을 통해 그 어떤 종류의 책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 책이지 않았나 싶다. 간호사를 목표로 공부하는 분들은 물론, 환자를 가진 보호자나, 환자 자신, 그리고 간호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입힌 분들에게 무조건 추천하고픈 책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