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샴 마르는 리비아 출신의 영국 작가로 이 작품으로 2017년 퓰리처상(전기, 회고록 부문)을 수상했으며, 한강 <채식주의자>와 함께 2016년 뉴욕타임스 최고의 책 10권에 선정되었습니다. 2006년 데뷔작 <남자들의 나라에서>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입니다.
<귀환>은 자기 아버지에 관한 논픽션입니다. 아버지가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였는데, 이집트 망명 중에 비밀요원에 납치되어 실종됩니다. 그 이후 리비아에 있는 정치범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소식이 끊깁니다. 그의 소설 두 작품(<남자들의 나라에서>, <실종의 해부학>)은 아버지의 부재를 모티프 삼아, 독재정권하에서의 리비아 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애초 아버지의 실종과 이에 따른 부재의 상황이 히샴 마타르 문학의 주요한 모티프인 것이지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고 2년 뒤 히샴 마타르는 리비아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생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아버지의 남아 있는 흔적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귀환>은 세상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제3세계의 현실을 깊이 천착하는 작품입니다. 제3세계는 공히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경험을 하는데요. 리비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리비아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의 침략과 지배를 당했습니다. 이 작품은 독재정권 이전의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기원을 다룹니다. 작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서요. 할아버지는 이탈리아 식민 통치와 싸운 인물이었습니다. 작가의 아버지는 리비아의 독재정권과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싸웠으며, 작가 히샴 마타르는 영국에서 카다피 정권의 반인권적 행태를 고발하는 캠페인을 벌였으니, 이들 3대의 이야기는 불의한 역사와 정치에 굴하지 않는 투쟁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쟁의 연대기는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3대 간의 존경과 사랑의 역사로 나타납니다.
<귀환>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 리비아의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무너져내린 한 가족의 참담한 슬픔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슬픔은 개인적인 것으로 국한되지 않고 역사와 현실을 매개로 공공적인 것으로 확장됩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리비아의 특수한 역사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근현대사와 닮아 있습니다. 한국도 일본 제국의 식민지를 경험하고, 수십 년이 넘게 독재정권이 지배했지요. 3세계의 역사적 공통 경험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분명히 존재하는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되비출 수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도 있겠지요. 물론 독서라는 상상의 과정 속에서요.
한국의 현대문학 가운데 분단문학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중 이문열, 김원일 소설의 시작이 아버지에게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입니다. 소설가 김성동는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문학의 전통과도 맥이 닿아 있어서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