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역사
홍일립 지음 / 에피파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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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구자보다는 독자의 입장에 더 가까운 자리에서는, 인류의 역사 속 많은 주제들을 먼저 다뤄준 선배 연구자들의 노력과 친절함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방대한 양의 책을 집어 들 때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수많은 도서관을 채우고도 남을 지식이 이렇게 다듬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그저 ‘읽으면’ 된다는 점이 경이롭기 때문이다. 홍일립의 <인간 본성의 역사> 역시, 압도적인 크기와 방대한 연구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책장을 넘기며 저자가 펼쳐놓은 지도 앞에서 여행을 하는 재미는 상당했다.


  이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알고 싶은가? 이를 알기 위해 무엇을 먼저 알기를 원하는가? 인간이라면 생의 한 가운데서 던질만한 많은 질문들을 위해 저자는 2천 년이 넘는 철학의 역사의 문을 연다. 예술사회학과 미술사를 연구했다는 저자답게 르미유와 고갱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되는 대서사는 고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된다. 사실 1부부터가 난관이다.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인간 본성의 역사>가 다수를 위한 책은 아니니만큼, 마치 저자가 첫 장부터 이 여정에 참여할 것인지를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한번쯤은 고대 중국 사상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 다짐을 한다면, 산을 넘는 것은 어느새 언덕을 걷는 것처럼 편안해질 것이다. 1부를 찬찬히 읽다보면 고대 중국 사상에 대한 지식이 채워짐은 물론, 비교적 낯선 양주의 사상이랄지, 맹·주 사상에 관한 세심한 비교분석 등 독자가 얻게 될 것이 많다.


  고대 중국을 넘어 그리스 철학, 근대 철학을 넘어 4부의 ‘역동적 자아’ 편에 오면 저자가 준비한 ‘선물’에 더욱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 본성의 역사> 중 가장 손꼽고 싶은 부분이 4부와 5부이다. 4부의 1장은 마르크스의 인간론과 세계관에 대한 것으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유산이 부족한 국내에서, 청년의 때를 마르크스로 살아온 저자가 풀어내는 마르크스는 상세하면서도 난해하지 않다. 한 부의 분량을 통째로 할당받은 다윈은 저자의 열정에 의해 어렴풋한 신화에서 실존하는 연구자로 다시 거듭났다. 대중들에게 다윈은 그저 <종의 기원>을 펴낸 이단아 정도로 평가되기 일쑤지만, 저자의 연구와 서술을 통해 이제 우리는 좀 더 큰 풍경 속에서 다윈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인간 본성의 역사>의 겉모습은 오래 전 묻힌 청동기처럼, 단단한 벽돌처럼 난해하고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여정을 시작한다면, ‘두꺼운 책, 어려운 주제’라는 외형에 두려움을 떨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깊이 있는 책을 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깨어짐과 깨달음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수많은 이들이 그 용기 있는 독자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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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 생활문화사 세트 - 전4권 - 1950 ~ 1980년대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김종엽 외 지음, 김종엽 외 / 창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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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왕의 역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배워왔던, 그리고 '역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대체로 거대한 흐름, 굵직한 업적과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또,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맞다. 오랜 인류의 삶과 이야기, 시간들 속에서 민중들이, 그냥 사람이 주인공이고 영웅이었던 적은 없다.

1392년. 나라의 간판이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었다. 왕이 바뀌고, 왕이 사는 곳이 바뀌고, 옷과 이름과 많은 규칙들이 바뀌었다. 그래, 그러면 백성들은? 고려인에서 조선인으로 바뀌면서 파란 얼굴이 초록색 얼굴로 바뀌기라도 했었나? 그렇다면 근현대사는 어떨까. 왕은 없는 민주주의 국가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고 있었을까.

그간은 '그냥 사람들'에 대한 집요한 서술을 찾기는 어려웠었다. 최근에 들어 거대서사와 함께 맞물릴 일반의 삶, 생활과 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움직임들이 보였고, 그 흐름이 이렇게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로 나타나기 되었다. '그땐 그랬었지'라며 추억을 공유할 소박한 이야기들부터, '설마 그때도 그랬을까'하는 새로운 사실들까지. 이전보다 좀 더 다양한 '역사'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나 대체로 뭉뚱그려 '전후 시대'로 후다닥 정리되는 1950년대를 조명한 부분은 역사와 문화를 전공해서 제법 알 건 다 안다고 하는 사람에게도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 시대에도 오묘하고 복잡한, '문화'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경제발전과 올림픽'이라는 일방적 서사에 갇힌 제 2의, 제 3의 입장과 사연들에 대한 조명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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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A853146685 낭독회 신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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