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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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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의 기분이라니, 책이 궁금하네요.”
카톡 프로필에 올려둔 제목을 보고 지인이 물어온다.
“뭐랄까,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랑 채소와 다름없다, 라는 글을 읽으며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는데 채소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그러자 지인은 텃밭에서 거둔 투박하고 못생긴 채소사진을 보내더니, “채소에 대한 모욕이지요.” 라고 했다.

 배추나 가지의 기분이라니, 인간을 위해 이유없이 죽어가는 동물이나 가축들의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있지만, 누가 채소 따위의 기분을 헤아릴까.
이 책은 작가의 이런 세심함이 찾아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생각해볼만한 글이 실려있다.
누군가에게는 섬세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깊은 사색과 가벼운

유머로 풀어놓았다. 파티가 괴롭고, 에세이는 어렵고, 올림픽은 시시하다는 좀 엉뚱한 듯한 작가의 생각을 읽으며, 내 생각이라는 것도 한번 정리해본다. 채소, 장어집 고양이, 북유럽 여우에게 세심한 시선을 보내는  작가의 마음을 읽으며, 내 마음도 한번 되돌아본다..

책에 실린 쉰 두편의 글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나의 인생관이나 가치관도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다. 작가가 고백한 ‘무라카미 스타일로 에세이 쓰기’ 규칙에 딱 들어맞다. 특히 두 번째 ‘변명이나 자랑을 되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고 있자면 작가가 세계적 명성의 소설가라기보다 소심하고 인기없는 이웃 아저씨처럼 느껴진다. 수시로 등장하는 방대한 독서의 흔적 앞에서 그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기도 하지만.

 

‘어깨 힘 빼고 비교적 편안하게 글을 썼으니 어깨 힘 빼고 편안하게 읽어주길 바란다’는 작가의

당부처럼  아무 곳에서나 편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태극전사들의 축구경기를 기다리면서,  가끔은 중딩 아들과 나누어 읽기도 했다. 말 잘듣는 착한 독자다. ^^

 

『보름달이 뜬 밤, 차를 타고 나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역시 밭 한가운데서 어린 여우를

발견했다. 여우는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 거기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내가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데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여우는 밝은 달빛 아래 우아하게 춤을 추고, 나는 매료당한 듯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귀찮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내서 떠난 만큼의 가치가 있다』 - 「달밤의 여우」 편에서.

덴마크의 그 밤,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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