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깊은 의미에서 하나의 체험이 되려면 확고하고 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녀야 한다.  p.13


나의 23살적 여행, 카우치서핑

 카우치서핑이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세계 배낭여행자들에게 자신의 거실 카우치(소파)에서 잠자리를 청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현지 여행애호가들의 열린 내 방 공유 플랫폼이랄까. 흔히들, 여행에 대한 로망을 말할 때 현지인의 생활에 스며들듯 호흡해보기를 꿈꾼다. 용감한 어느 여성 여행가는 일찍이, 자신의 담대함으로 길거리에서 사귄 친구의 집에서 무료로 잠자리를 청하고 친구가 된 사례를 몸소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 즈음 도전 지구 탐험대와 같은 TV 프로그램들 역시, 홀홀단신으로도 오지마을 부족들과 함께 어울리는 도시인들의 적응력을 자랑하며 범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나.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은 그런 여행의 체험을 '인터넷 플랫폼'이라는 제법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누구나 참여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23살 노르웨이에서 체류하고 있었던 나는 그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유럽 전역의 다양한 대학생, 커플들, 독신주의자 여성의 집에 머무를 수 있었다. 인터네셔널 소통 방식, '영어'를 무기로, 그 즈음 23살이 궁금해 할 법한 사랑이나 인생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나누면서도, 내가 살아보지 못한 문화권의 일상을 체험해보고 - 내가 낯선 환경 속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 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카우치서핑은 내가 열어준 것이다. 깊은 의미에서 하나의 체험이 되는 계기말이다. '여행' 그 자체를 넘어, 인생 전체에 어떤 흔적이나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끓는점으로 가는 궤도였다.


헤세의 여행, 평생의 토대가 되다

뜨거운 거리를 피해 달아난 도시인에게 바닷가나 산 속의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해한다. 그는 더 신선한 기분을 느끼고 더 심호흡을 하며, 잠을 더 잘 잔다. 그리고 '자연'을 이제 제대로 즐기고 내부에 흡수했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귀향한다. 그런데 그는 그 자연으로부터 가장 피상적인 것, 가장 비본질적인 것만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은 발견하지 못하고 길가에 놓아두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 자는 보고 찾아내며 여행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p42



내가 나름의 여행에 대한 의미를 세운 것이 카우치서핑(혹은 그 이전의 다양한 여행 경험들) 덕분이라면, 헤세의 책은 그 후기를 나눌 귀한 인물과의 조우가 될 만했다. 젊은날, 유럽 전역을 여자 혼자의 몸으로, 내가 살아보지 못했지만 마치 살아봄직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유럽 여행에서 내린 여행의 의미는 헤세가 책에서 보여준 그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는 덕분에 헤세가 보여주는 여행의 의미들, 현지의 어떤 체험과 테마로서 일생에 도움이 되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고 지난 시간을 추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여행의 테마들이, 그의 문학에도 드러나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렇다면 내가 여행에서 터득하고 숙달했던 현지의 노하우와 가르침들도 내 인생에 스며들고 있을까? 책을 보며 여행의 의미에 공감한 만큼, 내 일상과 인생 그리고 가치관에도 헤세가 문학으로 승화시킨 여행에서의 체험처럼 구체화 되고 있으리라 꿈꿔본다.



헤세를, 20대의 여행 메이트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랬다. 아름다운 별 빛이나 기타음악소리에 취하게 되는 순간은 잠깐이기 마련이고 그것은 매우 좋은 것이라고. 어쩌면 20대 초반에 유럽이나 동남아나 아프리카 같은 곳곳으로 여행하게 되는 꿈을 꾸는 것은 누구나 해봄직한 일이리라. 문학에 심취하는 것도 마찬가지짐나 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일상에 무뎌지게되면 문학과 친해지는 것도, 여행을 실천에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그렇게 일상에 익숙해지기 전에 헤세가 권하는 여행과 문학에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p.36



그 짧은 시절, 무언가에 흠뻑 취하고 오로지 그 안에서 사랑을 느끼는 시절에 세운 단단한 '체험'과 '감동'의 기록은 훗날 굉장한 예방주사가 되어주기도 하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