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리얼리티 - 전직 함장이 들려주는 진짜 잠수함 이야기
최일 지음 / 행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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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잠수함과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어려서부터 소위 역사 덕후였던 나는, 특히 근현대 전쟁사에 일찍이 심취했고, 특히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접하면서 "U보트"라는 이름을 한낱 초등학생일 때부터 입에 올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여러 전쟁사 서적과 크림슨 타이드, U-571, 유령 등과 같은 잠수함 영화들도 수시로 접하며 잠수함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 와중에 "U-333"이라는, U보트 함장을 지낸 2차대전 독일 해군 소령 페터 크레머의 회고록의 번역본을 읽으며, 역자가 (당시)현직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함장이라는 것을 알고 졸업 후 해군에 입대하면 잠수함 승조원의 길을 가 보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


  결국 군인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는 한 동반될, 절제된 생활을 감내할 용기를 내지 못하여 말단 수병으로 만기 전역하였지만, 복무하는 내내 그리고 전역한 이후에도 잠수함에 대한 관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병으로 근무하던 시절, 공개행사를 통해 그간 꿈꿔오던 잠수함 2척을 구경해 볼 수 있었으며, 그 중 1척인, 당시로선 최신예함이던 손원일함의 공개 행사를 앞두고, 본 함의 (당시)함장님이 매우 익숙한 그 분임을 떠올리고 놀랐다. 바로 U-333의 역자 최일 대령님이었던 것이다. 말단 수병 신분이었던 때엔 그저 먼발치에서 "저 분이 그 분이구나" 하고 잠시 지나가는 모습만을 보았지만, 전역 후 좀 지나서 모두 민간인의 신분이 된 뒤, 최 대령님과의 온라인 그리고 오프라인 전시회에서의 만남을 통해 인연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잠수함이 맺게 해 준 귀중한 인연 중 하나이다. 그 인연 덕분에, 모처럼 출간된 귀한 잠수함 입문서, 《잠수함 리얼리티》를 접하게 되었다.


  저자 최 대령님의 주 모토는 "잠수함은 재미있는 것"이다. 나 역시 잠수함에 대한 접근은, 어려서부터 느낀 "흥미"로부터 비롯되었고, 지금도 잠수함에 대한 모든 것 - 종류, 성능, 무장, 역사, 승조원, 생활사, 활약상 등 - 에 대한 "재미"를 원동력으로 잠수함이라는 흥미 덩어리를 향유하고 있다.


  많은 밀리터리 취미가 그러하듯, 잠수함은 대중에게 있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좋게 말해 알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며 나쁘게 말해 강릉 무장공비 사건, 천안함 피격 사건, 북한의 핵무장의 일환과 같은 대중적으로 안 좋은 기억에 가려진 어둠의 영역이다. 밀리터리 취미가 대중화된 지 오래이지만, 수상함과 잠수함을 포함한 해상 병기들은 총기류나 전차, 장갑차, 전투기, 기타 육상 및 항공 병기들에 비해 여전히 인지도가 낮다. 이는, 바다에 접한 곳 일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해군과 군함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며, 그 가운데 잠수함은 평소 타 군함들에 비해 요구되는 보안 수준이 높아 공개 자료가 적고, 소수의 승조원만 선발되어 해군 내외에서도 수상함 승조원에 비해 관련 인원들을 접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물속에서 작전하는 함의 특성상 활약상을 "시각화"하기가 힘들다는 점이 문제일 것이다. 애초 잠수함의 외형부터가 과거 가잠함 시절부터 현대의 본격적인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각종 함포와 유도탄, 레이더 등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수상함에 비해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이질적인 디자인이지 않은가?


  그러나 반대로, 그 덕분에, 잠수함이라는 병기는 제대로 파고 보면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병기가 없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원거리에서 표적을 정확히 제압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저격수라는 존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해 주는 병기는 태생적으로 잠수함밖에 없다. 어느 일본인 매니아가 잠수함을 "바다의 닌자"라 평하지 않았던가? 19~20세기 사이에 해군력의 총아이자 전략병기로 통하던 수만t짜리 전함들을 순식간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시킨 항공기들의 활약이 선사하는 "재미"를 똑같이 제공하는 "배" 역시 잠수함 이외엔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그리고, 잠수함은 그 좁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선체 특성상 출항 이후 승조원들의 생활상도 수상함 등 일반적인 배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 자체가 또 하나의 큰 "재미"이다. 그 와중에도, 각국의 사정에 따라 같은 잠수함이라도 생활 여건과 승조원의 운용 방식 등의 소소한 차이 역시 잠수함을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다. 필자 역시 잠수함 승조원들의 피복과 휘장 등을 수집하며 잠수함이 선사하는 여러 재미들을 향유하고 있다.


  본 졸필에서 소개하는 책, 《잠수함 리얼리티》는 바로, 잠수함에서 "재미"를 찾는 법을 보여주는 훌륭한 입문서이다. "일부 함교에 유리창이 있는 잠수함들은 대체 뭘까?", "잠수함도 닻을 달고 있을까?", "잠수함의 수평타는 왜 모양이 다 다를까?"와 같은, 잠수함을 조금 살펴봤다 싶은 사람들이 품을 만한 가벼우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잠수함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철학이 문장 하나하나마다 여과없이 드러난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읽는 여러분들은 틀림없이 잠수함이라는 미지의 영역이 어느새 옆자리 친구처럼 친근한 존재로 탈바꿈하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전쟁은 분명 비극이며, 이를 대비하여 상시 근무와 교육훈련에 열중하고 또 전쟁에 말려들어 희생되는 이들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경의를 표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병기 그 자체에 대한 "재미"는 결코 금기시될 것도, 죄악시될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대상에 "재미"를 느끼고 흥미롭게 접근하면, 쓸데없이 엄숙하게 접근하는 것보다 쉽고 정확하게 대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해당 대상의 설계와 제조, 운용 및 관리하는 이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이들의 처우 개선에 힘을 보태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고, 이 흥미로운 병기가 실제 가동됐을 때 초래할 결과를 보다 명확히 깨닫고 그 비극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도달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여러 전쟁 영화와 게임을 즐기고 군장품을 모으고 모의 전투를 하며 뛰어 놀지만, 그들은 그 누구보다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오늘도 그 누구도 지켜봐 줄 수 없는 깊은 바닷속에서, 조국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고 계신, 잠수함 승조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잠수함 승조원들의 처우의 현실적인 개선을 기원하며....

잠수함이야말로 가장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세상에는 유보트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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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병대는 영원하다
전도봉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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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자기변명 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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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이민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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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을 대체 누가 뭔데 정의하나? 내가 좋아서 머리 기르고 화장하고 옷 사입는 것도 코르셋, 흉자 거리고 앉아 있는데, 정작 니들이야말로 남성들이 주로 하는 패션, 헤어 스타일 등을 따르지 않으면 코르셋을 벗지 않은 거라는 새로운 코르셋을 채우고 있지 않은가? 페미니즘은 정신병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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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석의 언론해부실 - 언론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괴롭혔나
고일석 지음 / 책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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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0개가 없는 게 아깝다. 정치 편향은 물론, 남페미 성차별주의자인 저자의 성향을 보면 내용은 안 봐도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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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587호 : 2018.12.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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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김돼지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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