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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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 속에서 불행을 찾다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하실까요돈을 많이 버는 삶건강한 삶대답은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겠습니다그러나 분명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건강명예든 뭐든 어찌 보면 전부 행복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행복이라행복참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단어입니다행복하기만 하다면 바랄게 더 있을까요그러나 막상 행복할 때에는 행복한지 자각하기 쉽지 않고불행할 때에는 지나간 행복이 얼마나 소중했음을 깨닫기 마련입니다손에 잡힐 듯 말 듯 쥐었다 생각하면 어느새 모래처럼 스르르 빠져나가지요행복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런데 이렇게 바라마지않는 행복이 보장된 사회라면 어떨까요그런 세계에서 살 수 있다면 여러분은 고민하지 않고 가시겠어요모두의 행복이 보장되어 모두가 행복한 멋진 신세계’. 오늘 이야기할 책은 올더스 헉슬리 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입니다.

 

 

  먼저 헉슬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과학사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일지 모릅니다올더스 헉슬리는 진화론의 수호자 다윈의 불독 Darwin's Bulldog'라 불렸던 토마스 헨리 헉슬리 Thomas Henry Huxley‘의 손자입니다아버지는 레너드 헉슬리 Leonard Huxley' 작가였고형은 '줄리언 헉슬리 Julian Huxley' 유네스코 초대 사무총장이며이복동생 앤드류 헉슬리 Andrew Huxley'는 노벨상 수상자입니다어마어마한 가문이죠올더스 헉슬리의 천재성은 그의 가문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입니다.

 

  헉슬리는 원래 의사를 꿈꿨습니다하지만 학생 시절 갑작스러운 병으로 몇 년간 실명하게 됩니다이후 시력을 차츰 되찾기는 하였지만 이 시기를 기점으로 작가로 전향하게 되었죠애당초 헉슬리의 관심분야와 그의 가족 내력을 생각하면 멋진 신세계에 나타나는 과학적 상상력은 당연하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또한 그는 일전에 소개한 적 있던 SF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하죠.

 

  『멋진 신세계의 영제는 'Brave New World‘입니다이는 그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의 극작품 템페스트 The Tempest에 나오는 대사입니다작중 야만인 The Savage'로 불리는 이 멋진 신세계를 보며 외치는 말이죠도대체 어떤 세계이기에 존은 그토록 멋진 신세계라는 말을 읊조렸던 것일까요?

 

 

  이 멋진 신세계의 주된 특징은 엄마아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이상하죠엄마아빠가 존재하지 않는다니그렇다면 도대체 인구는 어떻게 유지할까요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은 인공적으로 제조됩니다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지어 놓인 유리병에서 인간이 만들어지죠그러니 이 멋진 신세계에서 엄마아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모두가 컨베이어 벨트 위 유리병에서 태어나니까요혹여나 임신이 될까 여성에게는 불임 수술이 권장되죠.

 

“6개월 치의 봉급에 해당하는 상여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은 논할 필요도 없겠거니와수술은 사회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다음도려낸 난소를 산 채로 보존하여 활발하게 발육하도록 만드는 몇 가지 기술을 계속해서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수술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사회 구성원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죠게다가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모체 태생과 관련된 것이라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낍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렇다.” 국장이 요약해서 말했다. “부모란 아버지와 어머니다.” 사실은 학구적인 어휘였지만출생에 관한 얘기를 더러운 음담패설이라고 여겨 갑자기 크게 당황한 소년들은 입을 다물고 눈길을 돌렸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는 태아에게는 적절한 조작이 가해집니다계급이 먼저 정해지고그에 따라 모든 투입 요소들이 결정되죠목적에 맞게 맞춤형으로 인간은 태어납니다.

 

  “계급이 낮으면 낮을수록 그에 따라서 산소를 더 적게 공급합니다.” 포스터가 말했다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기관은 두뇌였다다음으로는 뼈대정상적인 수준의 산소 가운데 75퍼센트만 공급을 받으면 난쟁이들이 태어난다.

 

  이런 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요낮은 계급의 사람은 어떻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애초에 그럴만한 지능이 주어지지 않는 것도 이유겠지만 철저히 수면 유도와 훈련을 통해 세뇌시키기 때문입니다각 계급은 모두 자신이 속한 계급에서 진정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세뇌당하죠어떤 기만도 아닌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사랑한다는 것.” 국장이 단호하게 힘주어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다불가피한 사회적인 숙명을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훈련모든 습성 훈련이 목표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는 모두의 것이다라는 가치 아래 남녀는 제한 없이 성관계를 갖도록 권장되고소마 Soma'라는 마약이 합법적으로 모두에게 적절히 제공되는 사회이상이 멋진 신세계의 모습입니다어떤가요정말 멋진 신세계인가요?

 

 

  받아들이기 힘드실지 모르겠습니다이런 말도 안 되는 사회가 어떻게 멋진 신세계냐고 어이없어 하실 수도 있겠죠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너무 이상하고 때로는 끔찍하기도 하니까요문제는 이 멋진 신세계 속 사회 구성원들은 모두가 행복하다는 점이죠그렇습니다모두가 행복해요누구도 불행한 사람이 없습니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그가 누구였든지 간에 살아있을 때는 행복했으리라는 점이죠지금은 누구나 행복하니까요.”

  “그래요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죠.” 레니나가 맞장구를 쳤다매일 밤 150번씩 반복되는 이 말을 그들은 12년 동안 들어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그럴 기회가 애초에 주어지지 않으니까요세계가 고르고 골라서 준 것만을 느끼고 인지하죠그러니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오직 멋진 신세계 외부에서 살았던 야만인 만이 이 세계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가 처음에는 감탄의 의미로 내뱉었던 멋진 신세계여.’라는 말이 점차 의미를 달리하는 게 보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멋진 신세계이에 분노하는 야만인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모두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할 뿐입니다마지막 통제관과의 대화에서 존의 외침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나는 신을 원하고시를 원하고참된 위험을 원하고자유를 원하고그리고 선을 원합니다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야만인이 도전적으로 말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에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는 물론이겠고요.”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요구합니다.” 마침내 야만인이 말했다.

 

 

  ‘행복하면 된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해봅니다그런데 정말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멋진 신세계는 분명 모두가 행복한 세계입니다그런데 그러면 된 걸까요진짜 멋진 신세계처럼 행복해도 일단 행복하면 그만인가요?

 

  행복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다양한 종류가 있고서로 층위를 달리하죠행복에도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행복은 다른 행복보다 더 나을 수도 있죠물론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는 개인의 자유겠지만요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래요멋진 신세계에서의 행복을 누리시겠습니까아니면 지금 우리 세상에서 행복을 찾으시겠습니까솔직히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그만큼 우리 세상이 살기가 팍팍하기 때문이지요이런저런 고민과 어려움에 치이기보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멋진 신세계에서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도대체 얼마나 행복이 귀해졌으면 행복의 질을 고려하지 않게 된 걸까요멋진 신세계를 읽고 계속해서 저를 괴롭히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행복은 언제나 불행보다 나은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그런데 존의 외침을 듣고 나니 조금 생각이 달라지네요정말 행복은 무조건 불행보다 나은 것일까요어떤 행복은 어떤 불행보다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존은 행복하기를 거부하고 불행하질 권리를 주장했겠죠.

 

  간혹 이런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합니다답 내리긴 힘들고주변에 묻기에도 조금 난데없는 감이 있죠어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민만 늘어나는 느낌이네요그래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읽고 행복과 불행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역시나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요.

 

  한번 여러분도 읽어보시고 같이 고민해보는 건 어떠신가요함께라면 어쩌면 답을 찾을지도 모르니까요기억 전달자 The Giver에 이어 디스토피아 문학의 대표 격인 멋진 신세계를 살펴보았습니다다음번에는 멋진 신세계와 항상 같이 언급되는 조지 오웰 George Orwell'의 1984를 다시 읽어봐야겠네요이상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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