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시처럼 모든 방향에 열린 장르를 시각화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고 위험한 시도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독자들에게 시에 대한 접근성을 가깝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측면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좀 더 여러 작가, 여러 연령대 독자들의 결과물이 공유됨으로써 하나의 시를 다양한 이미지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끝맺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