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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평점 :
#도서제공
- 이 책과의 인연은...
이 책의 전신인 '윤광준의 생활명품'은 모두가 TV 앞에 앉아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보던 2008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윤광준이라는 취향이 확고한 아저씨가 본인 마음에 드는 물건 52가지를 소개하는 그런 책이었고 무슨 바람이었는진 모르겠지만 그 책을 집어 들고 구매하고야 말았다.
그 때 당시는 스마트폰의 태동기인데다 피처폰이 통용되던 그런 시기였다. 모두가 TV만을 바라보고 살던 시절이라 국민 연예인, 국민 프로그램 등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통하던 그런 시기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보다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라는 것이 덜 분화되었을 때라 그런지는 몰라도 책 자체는 양가의 반응이 공존했던 걸로 기억한다.
일부는 당시 금융위기와 맞물려 소비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 무슨 책이냐고 했던 반응과 함께 당시 유행했던 속된 표현의 유행어로 저격을 당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게는 '나도 저 아저씨처럼 취향을 가진 어른이 되어야지'라는 조그마한 관념을 심어주었던 고마운 책이었다.
- 15년만에 이 책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책이 처음 등장한 이후, 시간이 점점 흘러가면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가 급속도로 발전하였고, 모두가 콘텐츠를 스스로 양산하면서 자연스레 각자의 취향을 쉽게 보고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이젠 여러 유튜브만 열어도 ‘명품 하울’, ‘00 추천 top 5’ 등의 물건 소개 영상이 차고 넘친다. 심지어는 잡지 기사가 아니고서는 그간 보기도 힘들었던 연예인의 소비 아이템마저 '왓츠인마이백'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당도하고야 말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책은 무려 101가지라는 보강된 이야기와 함께 돌아왔다. 이미 쉽게 누군가의 취향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이 책은 과감히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 곁에 ‘윤광준의 생활명품’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를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대가 오기 전부터 꾸준히 자신의 취향을 주장해 온 그에게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지 않을까 싶다.
- 여러모로 재미있다
이전의 ‘윤광준의 생활명품’도 읽어봤던 내가 기억을 더듬어가며 비교해서 읽어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그간의 세월 덕에 저자의 생각도, 물건도 다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취향을 확고히 하자'라는 메세지 하나만큼은 한결 같다.
뭐 다른 걸 다 차치하고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뭔가 웃음이 절로 났다. 우선 그간 서양이나 일본 등의 유서 깊은 브랜드의 만듦새를 극찬하던 그에게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제 제품의 제품력 향상을 보고 매우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마지막 자존심 때문인지 이미 단종된 독일 브랜드와 중국 브랜드의 콜라보 제품을 선택하긴 했지만, 어쨌든 중국제를 쓰면서 마지막에 보이는 ‘실력을 실감했다’, ‘불안감이 든다’ 등의 말은 그간 보기 힘들었던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책장을 넘기면서 익숙한 브랜드가 더 많이 보이는 부분이 또 재밌다. 심지어 내가 쓰고 있는 물건이 드문드문 나오는 걸 볼 때마다 돈을 타서 쓰던 어린 내가 스스로 돈을 벌어서 쓰는 어른이 되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