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의 해리가 아니고선 살아갈 방법이 없었던 제주의 그 누군가를 읽는다. 자기혐오와 분을 삼키고 삼킨 자가 더듬어 갔을, 작별할 수 없는 기억의 손가락을 가진 그 누군가를 생각한다. 눈처럼 밀도가 낮고 새처럼 부드럽지만 분명 존재였을 그들의 명멸을 떠올리며 쓰는 내내 견뎠을 작가의 마음에 어떠한 평가의 의도도 내려놓고, 매번 용기 내야만 페이지를 펼칠 수 있었다. 언어가 눈처럼 이렇게 천천히 내려올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