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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선물로 건넬 때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예전에는 무슨 책을 어떻게 주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면 최근에 와서는 책 선물 자체에 대한 망설임이나 회의감으로 그 성질이 바뀐 듯하다. 첨단 과학과 시각 매체의 발전이 책 자체를 소실시키지는 못했지만, 활자 투성이의 종이 묶음이 푸대접에 퇴물 취급을 받는 일이 점차 빈번해져가고 있음은 누구라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구시대의 유물을 오히려 낭만으로 여기고 아끼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소유자들도 존재하고 있음은 분명 사실이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을 법하지만, 헌책방에 들어온 책들에 적힌 정겨운 손글씨를 모아 사진으로 찍고 글을 덧붙인 책이다. 게중에 몇몇은 낡고 빛이 바랜 데다, 몇몇은 손때가 묻고 읽은 흔적이 남아 있고, 또 몇몇은 누군가에게는 없어서 못 구하는 귀한 책이다. 적혀 있는 글씨도 정갈한 서체가 있는가 하면 유행을 탄 귀염성 있는 서체까지, 책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한마디로 참 제각각이다. 그런 만큼 글귀 하나하나를 읽고 있자면 때로 가볍게 실소가 터져나오다가도 어느 순간 스스로 깊이 침잠하여 고민에 잠기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84~87쪽, 「철학이 나의 밥이 될 수 있는가」였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고뇌가 상식과도 같이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라는 책의 여백에 적혀 있었다던 어느 청년의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사철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한때 찬밥 취급을 받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하였는데, 정작 사람들이 인문학을 대하는 태도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은 인격적인 성숙마저 취업을 비롯한 경제적 지위 상승에 필요한 요건으로서 이해되고는 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형성은 열악한 사회적 여건에 내몰린 것에서도 어느 정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어찌되었든 물리적인 생존만을 고민하는 현재가 바람직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고뇌가 상식과도 같이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굳이 이 책 전체를 복잡하게 비판적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손을 움직여 즉각적으로 답을 보내게 되는 어느 스마트폰 메신저 어플이 생기고, 당연했던 것들은 점차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모해가고 있지만. 그것을 부정하거나 긍정하거나는 모두 당신의 몫. 분명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도 이 책에는 담겨 있다. 모든 것이 누군가의 삶의 궤적의 일부이며, 어쩌면 당신의 편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