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고양이의 101가지 공통점
홍희선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표지 속의 고양이가 별로 귀엽지는 않다 ㅎㅎ

언뜻 봐서는 귀여운 고양이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허걱~ 사진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노려보는 듯한 녀석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나는 고양이보다는 개를 더 좋아한다

아주 어릴 적에 단 한번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내 도둑고양이가 되어버려서 가출한 뒤로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집을 나간 뒤에 읽었던,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삽화까지 기억하고 있는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를 읽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난 뒤에 학원에서 돌아오던 밤늦은 겨울밤에 옆집의 앙상한 감나무 위의 고양이를 본 후로 고양이에 대한 호감은 사라졌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내게 강아지의 뒷전이고, 귀엽지만은 않은 존재이다

그나마 소설 "삼색 고양이" 시리즈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의 호감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이 책에 호감을 느낀 것은 후기를 작성하러 들어가는 인터넷 서점에서 몇 번인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졌고 마침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응모했다

저자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여성이다

처음에 고양이를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우다가 외로울 거 같아 한 녀석을 더 입양했다고 한다


문득 고양이에게 "키운다"는 말이 맞나 싶다

왠지 모르겠지만 고양이에게 키운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

이 책의 저자도 그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거 같지만 강아지들이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는 존재라면 고양이들은 자신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거 같다


    모든 배우가 씬스틸러의 삶을 살 수는 없다.

-p.23

고양이와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에세이정도일거라 생각했는데 문득문득 가슴을 파고드는 멋진 말들이 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야만 하는 세상에서 주인공을 꿈꾸지 않는다고 이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기고 자신만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는 구절이다


'6.나라는 고유명사' 편에 나오는 긴 꼬리를 느려트린 하얀 고양이에 눈길에 머문다

종이 뭘까??

이런 고양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우아하고 신기한 고양이도 있구나 싶었다 


'8.운명' 에서 순응하는 자는 데려가고 거부하는 자는 질질 끌고 간다는 운명에 대처하는 저자의 자세에 끌린다

미래는 그저 미래에 맡기자는 그 말이~

항상 "지금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안달복달하며 자신을 괴롭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미래를 미래에 맡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인 거 같다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타고난 기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p.41 

단순하게 고양이와의 동거만이 아니다

타인의 타고난 기질을 받아들인다면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트러블이 많이 줄 텐데 말이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인 거 같다


고양이가 쥐를 잡다가 놓쳤다면,

마치 낙엽을 잡으려고 했었던 것처럼

행동할 것이다

                    - 샬럿 그레이

-p. 54 

고양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이렇게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분다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고양이가, 고양이의 시크한 정신력이 부럽다



신화에 따르면 고양이는 태양의 신 '라'의 명령에 따라 사악한 신 아피포스를 무찌르라는 특명을 받았다.

-p.56 

질서와 조화를 유지하려는 태양을 막으려는 악의 존재를 무찌르기 위해 밤을 새워 세상을 지키는 고양이~

태양의 신 '라' 가 등장하는 것을 이집트 신화인 거 같은데 이집트 신화에 대해 괘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이집트 신중에 고양이 얼굴의 신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고양이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밤늦은 시간 거리에서 방황하는 고양이들에게 이런 특명이 있을 줄은 몰랐다



모든 것을 눈치채버린 신경쇠약자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의 평화로움, 나는 후자처럼 살고 싶다.

-p.79  

나 역시도 저자의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형제들 중 가장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 늘 생각한다

"모르면 그냥 넘어갈텐데......"

죽을 때가지 내 것이 될 수 없을 것을 알지만 바보의 평화로움이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것도 운명이겠거니 하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기도 한다


책을 볼 때는 그저 귀여운 고양이의 사진이나 보고 힐링할 생각이었는데 저자의 일기 같은 짧은 글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잠시이고 글의 여운은 오래갔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인간에 대해, 살아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거 같다

저자와 같은 생각을 지닌 주인 아니 동거인과 함께 살아가는 그 고양이들이 문득 부러워지기도 한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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