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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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감히 이 책에대해서 어떤 평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또, 소설이 책이 아님에도 가슴 떨리는 이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것을 힘들게 여기다 보니 치유에 관련된 책이 많이 나온다. 나는 즐겨 읽지는 않지만 종종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가 필요할때는 굳이 꺼내 들어 읽어본다. 이책은 사회학자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받은 위로가 그 어떤 따뜻한 말의 위로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었일까?

이철승교수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우리가 즐겨먹는 아니 작가의 말대로 중독되어 있는 '쌀'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조를 설명하며 시작한다. 

내가 하루에 한번은 꼭 챙겨먹는 쌀에서 지금 내가 살아가는데 힘들어 하는 이유를 찾아주니 처음부터 맹렬하게 빠져들게 된다.

벼농사는 위계(농사를 오래 지은 사람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차이에서 우리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지시를 따르게된다.)와 협업(벼농사는 한 마을에서 공동의 노동력으로 서로 도우며 이루어진다)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노동력을 평가(자연스럽게 다른사람의 눈치를 보게된다)받기도 한다. 공동 노동후 결과물은 개인 소유가 된다. 이런 벼농사 과정의 결과는 산업사회를 맞이하며 자연스럽게 연공제로 연결된다. 

능력을 살피기 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 한 분야에 오래 있었던 사람에 대한 무비판적인 임금 상승과 자리보전이 이루어지며(책에는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최상위층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이 가진 것을 유지하기 위해 체제를 더욱 공고히하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그것이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 즉 연공제가 우리나라 기업에 자리잡게 된 것과 연결지어 설명된다. 

더불어 벼농사를 짓는 문화에서 농사와 가정일을 함께 하는 여성과 농사 후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남성의 차이를 설명하며 이것이 자연스럽게 직장내에서 여성의 적업적 성취를 높게 사지 않게 만드는 저변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벌어진 성차이는 결국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여성의 차별을 가지고 왔다고 이야기한다.

연공제에서 나이, 즉 연차에 따른 수입의 차이는 같은 세대내에서도 나타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이 점을 인식한다면 지금 맨 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세대가 사라진다고 해서 이 차이가 (나아가 계급의 차이로까지 보일 수 있는)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도 있다. 

작가는 벼농사의 구성 요소를 가지고 현재 우리나라의불평등의 구조를 설명한다. 쉽게 이해 되고 그 불평등한 구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나의 상황을 이해 받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내가 살아가며 왜 사회가 변하기 않고 왜 나는 계속 힘들고 왜 남은 계속 성공하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사실을 계속 인지하며 스스로 불행해 지는지에 대한 해답오 찾을 수 있었다. 단, 제시된 해답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믿음이 약하고, 나 또한 지금 기득권층으로 가고 있고, 이번 정권의 부동산정책에 실망해서 지금까지 갖고 있던 정치에 대한 신뢰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작은 위로만 받고 이 책을 덮어야 하는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와 사회를 우리의 시선으로 설명해주고 이해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든든함을 갖을 수 있었고, 앞으로는 더욱 세밀한 우리 이해를 위한 연구가 있을 것이고 연구 이후 실행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사회는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시험이라는 평가기제는...인생의 한순간에 특정 유형의 지식 가곡 능력을 측정한 후 이를 영속화하는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의 철 지난 유산인가? - P353

나는 노동의 하부구조로부터 추출해낸 이 ‘협업과 조율의 기술‘을 동아시아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동아시아 특유의 마을 단위 ‘협업-관계 자본이라 명명한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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