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을 반갑게 맞이하고 보니 1996년에 나온 책이다. (더군다나 8년동안 쓴 글을 모은 에세이집.) 아직 그녀의 모든 책이 번역되지 않았구나 - 라는 나의 깨달음.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일상과 독서일기가 담겨져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가족들 이야기가 재밌었다. 기름종이로 끝없이 얼굴을 닦으시고 양치를 설렁설렁 하는 아빠. 그리고 내 동생이였으면 싶은 여동생.(탐나는 재주가 많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동생이다.) 독서일기는 대부분 내가 모르는 작가와 책들이였다. 읽고싶은 책들을 찾아보니 우리나라엔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라 읽기 힘들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글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이 좋았다.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그림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을,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인 것으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문장은 그렇지 않다. 가령 하나의 풍경을 묘사할 때, 그 풍경 한구석에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을 만큼 작은 꽃이 소리 없이 피어 있는데, 꽃 자체는 숭고하리만큼 하얗고 예쁘다고 치자. 문장으로 묘사하면, 그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꽃에 정신이 팔리고 만다. 비록 순간이지만 꽃에 정확하게 초점이 맞춰진다. '숭고하리만큼 하얗고 예쁜 꽃'이라고 쓰면 마치 특별한 꽃인 듯한 느낌이 들고 만다. 그런데 그림은 다르다. 사소한 것을 사소한 그대로 가둘수 있다. 그럴수 있음의 청결함을, 나는 때로 소망한다.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인.」 -이 세상의 좋은 것, 아름다운 것. 29쪽 그녀가 소망하는 데로 그녀는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인 글을 쓰는 것 같다. 마치 <낙하하는 저녁>의 한 구절처럼.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보면 섬세한 묘사이지만 그 글의 흐름에서는 부드럽게 읽혀진다. 너무 집중되지 않으면서도 그것들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듣는 재미와 독서의 재미는 전혀 별개다. 종이에 갇힌 또 하나의 공간을, 제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제 눈으로 읽어나가면서 해방시키는 능동적인 작업이 지닌 즐거움. 」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66쪽 참 멋스러운 말이다. 오늘도 능동적인 작업이 지닌 즐거움을 흠뻑 느껴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