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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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내 안에서 온다.

자기 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주제가 너무나 명확해 생각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껴라, 집중하라, 목표를 종이에 써라, 외국어를 공부하라, 포기 하지마라.. 대충 이 정도면 정리가 가능하다.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만족과 보람을 위해서, 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위선자이거나 순진한 필부필부다. 인생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고루한 설교자다. 우리가 자기 계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이 시대, 정확히 말하면 신자유주의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살아 남기 위해선 몸값을 높여야 한다.  노동의 유연성, 인력 감축, 서브 프라임, 취업난과 같은 단어들에 재갈 물린 채로 우리는 끊임없이 달린다. 대학은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졸업은 제때 할 수 있을지, 취업은 할 수 있을지, 이 직장을 몇 년이나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당장 중요하지 않다. 일단은 저만치 앞에 달려가고 있는 다른 선수들을 따라잡아야 하니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쏟아지는 잠과 밀려오는 성욕을 참으면서 우리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산다. 다음날 눈을 떠도 세상은 그대로다. 아마 영원히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한번 넘어지면, 추월은 순식간이다.

자기계발서는 우리의 삶을 규정짓는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원천 차단하는 일종의 교서다. 자본주의는 (수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성공을 위한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체제였다. 개개인에게 부와 명예를 위해 한정된 자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했고, 사유 재산은 신성한 것이라는 윤리를 전 세계에 인식시켰다. 하지만 몇 차례의 크고 작은 호황과 침체를 거듭하면서 자본주의는 괴물로 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더 이상 공정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고 말하는 게 자기 계발서다. 모든 자기 자신에게 있으므로 그것을 극복해야 할 주체도 자기 자신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 데도 말이다.

시골의사가 썼기에 믿고 산 이 책 ‘자기 혁명'은 제목이 주는 혐의와 달리 조금 접근법이 다르다. 이 책은 청춘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시대에 대한 저자 나름의 통찰도 제공해준다. 닥치고 열심히 살아라, 가 아니라 지금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열심히 살아야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자기 계발서가 문제에 대한 진단 없이 일방적인 처방만 내린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단 한번 뿐인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세상을 정확한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더 나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그것이 ‘자기 혁명' 이라는 것이다.

재능의 탐구, 가치관의 확립, 사유력 연마, 올바른 시간활용, 독서와 글쓰기는 참살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열 받고 짜증난다고 돌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치는 저항도 필요하지만 세상을 정체를 파악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명확히 알아야 한다. 청춘에게 발산보다는 응축이 필요한 이유다.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대한 기계적 반작용에 불과한 분노와 저항은 공허한 냉소에 다름없다. 나의 존재와 사유를 단단히 현실에 뿌리박아 곧추세웠을 때 나의 행동도 설득력과 혁명성을 지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해의 소지가 없는 건 아니다. 결국 이러쿵 저러쿵 400페이지에 달하는 장광설을 늘어놓고 있지만 어쨌든 결론은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결론이 그러한 이상 이 책은 현 시스템의 폭력성을 가리고 개개인의 신화 창조를 부추기는 자기 계발서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충분히 따질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앞서 말했듯) 이 책이 뜨겁게 고뇌하고 가슴으로 살고자 하는 자세는 경쟁에서의 승리나 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청춘의 기본 범절임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여타 자기 계발서와는 근본적으로 출발점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도착점이 어떠할지는 이 책을 읽을 혹은 읽었을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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