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이 전부다 -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 아우름 29
권덕형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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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그리고 발견

 

 

대부분의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정보가 너무 없어서 거나, 누군가 찾기 어려운 곳에 꽁꽁 숨겨 놓아서가 아닙니다. 쉽게 결론 내려는 마음, 편하고 무난한 방식에 안주하는 습관이 사고를 게으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창조적인 직업 가운데 하나인 광고 기획자, 그들에게 창조란 무엇일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창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 권덕형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무에서 유를,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쉽고 공감을 부르는 창조는 삶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창조에서 낯설게 '발견', 새로운  '관점', 신선한 '발상'과 같이 원래 있는 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 책은 정말 많다. 저자 역시 글 속에서, 공감하고 인정받은 광고는 새롭고 신선한 것이 아니라 공감을 많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상의 재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발견이 전부"라는 주제는 조금 진부하지 않을까? 설마  책 내용까지 진부한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진부한 생각일 거란 습관에 제대로 발견할 마음가짐을 갖추지 못한 건 나였다. 내가 읽어본 적 없는 책이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생각의 연결점을 툭툭 박아놓은 저자의 글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좋은 생각의 자극을 받았다.

 

광고는 '발견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남들도 잘 알고 있는 것, 이미 밝혀진 사실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광고가 될 수 없다.

 

남다른 걸 발견해야 하는 부담이 남다른 광고 기획자들이 바라본 세상은 일상마저도 남다르게 읽고 있었다. 권덕형만의 발견이 녹아진 책이었고, 자신이 발견한 "발견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글 곳곳에 담겨 있었다. 《발견이 전부다》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광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 광고를 만드는 기획자로서 생활을 돌아보는 부분 그리고 좋은 광고를 기획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모두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1부였다.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었던 광고들과 우리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연결하여 돌아보는 내용 자체가 매력적이었고, 광고와 삶을 오가는 글쓰기 방식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내용들이라, 모든 내용이 다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글들을 묶는 제목부터 "인생 광고: 인생의 진리가 광고에 스미다"다.  광고는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져 있다. 각종 미디어 매체마다 적절한 방식의 광고가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배너에만 여러 개의 광고가 시선을 끌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노출된 광고는 누군가에게 '삶의 철학'을 담은 결과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살고자 하는 저들 틈에서 버텨 내지 못하고, 끈질기게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지 못하고 내려 버린 자들의 빈자리를 분다. 그 빈자리를 살아남은 우리가 대신 메우고 있음을 본다.

 

짧으면 3초 길면 3분 남짓한 시간. 광고가 우리의 삶에 전해지는 시간이다. 이렇게 광고는 파편처럼 우리의 삶의 틈 사이에 들어온다. 하지만 수많은 광고 중에 그 틈에서 삶으로 번져나가는 광고가 있고, 어떤 광고는 그 틈에서 튕겨져 나가는 광고도 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글을 통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그 틈을 파고드는 광고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인생을, 사람의 생을, 삶을 담은 광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광고는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 집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습관이라고 말한다.

 


불가능은 사실이 아니다.
하나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했다,
여자는 권투를 할 수 없다고.
나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나는 해냈다. 나는 링 위에 섰다.
내 아버지 알리의 외침이 들려온다.
싸워라! 내 딸아. 넌 할 수 있어!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본 광고다. 2000년대 후반에 나온 광고로 기억한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문구를 가지고 비슷한 듯 다른 광고를 내놓았다. 그중에 저자는 권투선수 알리 부녀관계를  담은 광고를 가지고 온다. 성별 나이 가족이라는 관계를 엮어 이 광고가 세상에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아디다스라는 브랜드의 스포츠 용품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에서 저마다 생각할 거리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정리했지만, 더 넓게 세대 간으로 확장할 수 있고 성별로 볼 수 있다. 분명한 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준 이 광고는 '인생의 진리'라는 거창한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틈을 파고들 거리가 많은 광고라는 점이다. 광고를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왠지 난 박웅현씨 광고가 떠올랐다.

 

스토리의 힘은 동화를 듣고 싶은 어린아이를 엄마 품으로 깃들이게 하듯, 겨울날 난로 주위로 사람들을 모으듯 '당기는 힘'이다. 정보를 쏟아붓고 선택을 강요하는 '미는 힘'이 아닌 '당기는 힘'이 바로 제목이 추구해야 할 힘이다.

 

나는 많은 상업광고란, 일상에 불필요한 물건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단지 상업적 필요성만을 담은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광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상업성과 철학을 공식 다루듯이 비율을 맞추어 조합하면 좋은 광고일까. 그렇지 않다. 좋은 광고에 공통점은 있지만, 그걸 공식화하기 힘들다는 걸 《발견이 전부다》 맨 마지막 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는 팁을 3부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팁을 다 설명하고 난 뒤에 정말 중요한 팁을 말한다.

 

좋은 광고는 공감을 부르는 광고다. 그리고 공감이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너와 나의 마음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발견은, 마냥 행복하거나 정의롭거나 달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프고 못되고 쓴 것들이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라면 그것을 긍정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광고란 무엇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광고 기획자로서 나를 두고 고민하고, 좋은 광고를 두고 고민한 저자의 생각이 모인 이 책은 광고를 말하지만 다른 걸 발견하게 한다. 광고에 대한 것보다 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아주 작은 변화를 말이다. 그것이 살아가는 철학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일 수도 있고,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 혹은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마음일 수도 있고... 혹은 정말 광고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발견할 수 있는 책이고, 그 발견이 3초 동안 나오고 Skip을 누르는 광고일 수도 있고, 마음을 번지는 특별한 광고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기왕이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걸,  《발견이 전부다》를 통해 광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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