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

참 친절한 책이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책이다. 부제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가 말해주듯이, 《도쿄의 디테일》은 '디테일'이라는 단어를 통해 도쿄 곳곳을 들여다보고 발견한 기록물이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나는 금방 읽었고, 좋은 아이디어가 곳곳에 담겨 있어서 가끔 꺼내 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내 삶 주변에도 도쿄처럼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바람을 담아 공들여 리뷰를 써보려 한다.


(덧붙여, 올해 책등이 드러난 책을 2번 봤는데, 2번 다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책등이 드러난 책을 또 읽었는데, 마음에 들면 책등이 드러난 책만 모으지 않을까 싶을 만큼. 지금까지 만난 책들은 다 마음에 들었다.  《도쿄의 디테일》을 포함하여.)

 


1.


《도쿄의 디테일》의 첫 번째 디테일은 '친절함'이다.


저는 고객을 향한 사소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사례를 기록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그 기록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또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이런 사례가 생겨나 고객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는 비즈니스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희망도 가졌습니다. 그래서 '도쿄의 디테일'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친절하게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메시지를 분명하게 담았다. 마케팅을 공부하고, 마케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다웠다. 이 책은 도쿄에서 만난 아주 작지만 고객의 니즈 혹은 불편함에 직접적으로 닿은 아이디어 모음집이다. 일본 특유의 문화 중 하나인 '오모테나시'가 일상화된 사회의 서비스가 무엇인지 담고 있다. "신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최대한 표현한 것"이자, "손님에 대한 환대"를 담고 있는 '오모테나시'. 이 문화가 깃든 일본 사회의 아이디어 상품, 공간, 서비스, 마케팅 전략 등을 책 속에 담았다.


도쿄에서 디테일을 발견하는 시간은 약 4일이다. 실제로 일본을 관찰한 4일, 그리고 그 전후로 디테일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이를 정리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사전 준비 시간의 기록을 통해, 《도쿄의 디테일》은 말한다. '이 책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주목해서 보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를 통해 1번, D-DAY 생각과 노트 사이에서 다시 한번. 독자가 디테일한 감각을 깨울 준비 시간을 준 점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2.


《도쿄의 디테일》의 두 번째 디테일은 '제안'이다.


오늘 하루 동안 이동하면서 어떤 것을 꼭 챙겨야 했는지. 또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메모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 사소한 의견이 모이면 새로운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소개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가 실제로 실천해보길 제안한다. 그리고 이미 누군가가 먼저 실천한 내용도 함께 소개한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사소한 아이디어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라는 말이 진심으로 다가온 이유는 글 중간 중간에 ?로 끝나는 말들 덕분이었다. 단순한 도쿄 여행기나 전략적인 마케팅 안이 아닌 세상을 향한 제안서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쿄에서 찾은 사소한 차이를 발견한 시각을 누군가 삶 속에서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평소에 선물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애매했던 품목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를 선물로 기획해보는 실험도 재미있는 시도가 되지 않을까요?


모든 제안을 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선물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연말이라 선물할 일이 많은데, 내가 어떤 선물을 하며 의미를 부여했던 내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 관심이 가는 것 위주로 시도해보라고 넌지시 등을 밀어주는 그 기분 좋은 제안 덕분에 《도쿄의 디테일》을 기분 좋게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의 백미!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를 위한 생각노트 인덱스를 통해 읽으며 실천해보고 싶었던 부분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쯤 되면 실제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3.


《도쿄의 디테일》의 마지막 디테일은 '자유분방함'이다.


여행을 떠날 때 목적에 따른 압박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꼭 보거나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집중하게 됩니다. 오히려 사소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의미가 담긴 포인트를 놓치고 돌아올 수 있지요.


이 책은 기획안에서 출발해 만든 책이 아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이 2017년 12월 도쿄를 돌아다니며 기록한 책이다. 물론, 책이 되는 과정에서 살이 붙었지만. 디테일 사례를 모아오던 습관이 빛을 발한 책이다. 완벽한 준비 과정 없이 조금은 가볍게 둘러보았기 때문에 《도쿄의 디테일》이란 결과물이 나왔다. 어느 가이드북이나 여행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은 분명한 주제 아래 나열된 자유분방한 콘텐츠들이 만들어냈다.

에어 서울과 메가 버스를 잇는 것,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으로 발견한 것, 건축가의 생각에서 발견한 것, 그리고 굿즈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담아도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는 '디테일' 그리고 '메모의 가치'라는 확실한 주제의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하게 찾아낸 것이기 때문에 읽는 독자가 거부감 없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도쿄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익숙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는 시각은 완벽한 사전 준비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누군가가 섬세하게 관찰한 기록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그 기록물을 통해 나의 뇌가 자극되는 느낌도 참 좋다. 마케팅 책이라고 여행서라고도 말하기도 어렵고, 가이드북이라 말하긴 더더욱 어려운 《도쿄의 디테일》. 이 책만이 담을 수 있는 디테일을 엿보는 시간이 즐거웠고, 이제 이 책을 통해 잔뜩 얻은 디테일한 감수성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할 일만 남았다. 꽤 기분 좋은 미션을 선물 받아, 좋은 책이었다. 《도쿄의 디테일》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