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는데도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을 때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을 위해 태어났고, 그 일을 위해 세상에 왔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불평하고 못마땅해하는 것인가. 나는 침상에서 이불을 덮어쓰고서 따뜻한 온기를 즐기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느냐." - P88
너는 날카로운 기지와 기가 막힌 유머로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과 찬사가 절로 나오게 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네게는 다른 많은 좋은 자질들과 재능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가지고 태어난 게 아무것도 없어" 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전적으로 너의 능력 안에 있는 그런 자질들을 보여주어라. 정직함, 고결함, 그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끈기, 쾌락을 따르지 않는 금욕, 자신의 운명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 것,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 자비로움, 독립심, 검소함, 과묵하고 진지함, 고매함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미 네 안에는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있는 온갖 미덕들이 있고 그런 미덕들을 얼마든지 밖으로 내보일 수 있기 때문에, 너에게는 타고난 재능이나 잘하는 것이 없다고 변명하거나핑계를 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너는 알지 못하느냐. 그런데도 너는 여전히 낮은 기준에 만족하고자 하는 것인가. 아니면, 너는 네게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것을 핑계 삼아서, 네 자신이 자신의 운명에 불평하고 인색하게 굴며 아부하고 너의 못난 육신을 탓하며 허세를 부리고 허풍을 떨며 네 마음이 불안해하는 것을 합리화하고자 하는 것인가. 신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대 그래서는 안 된다! 네가 잘 깨닫지 못하고 이해하는 것이 둔하다고 해도, 너의 그런 모습을 애써 무시해 버리려하거나 그것을 핑계로 삼아서 자신의 결점들을 덮어 버리려고 하지 않고, 도리어 훈련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했다면, 너는 이 모든 것들을 이미 오래 전에 떨쳐 버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 P90
네가 바른 원리들을 따라 행하는 데 늘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렇게 하는 데 염증을 느끼거나 의기소침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 실패했을 때에는 계속 반복해서 시도하고, 네가 인간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려고 온 힘을 다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네가 무수히 실패하는데도 끝까지 추구하고 있는 그 길을 사랑하라. 마치 어린 학생이 엄격한 훈육선생 앞에 서듯이 철학을 대하지 말고, 눈에 질병이 있는 환자가 해면과 달걀의 흰자위를 찾고, 이런 환자가 고약을 찾고, 저런 환자가 습포제를 찾듯이, 철학을 찾으라. 그렇게 하면 너는 이성에 순종하는 것이 무거운 짐이 아니라, 도리어 안식과 위안의 원천이라는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너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원하는 반면에, 철학은 너의 본성이 원하는 것들만을 원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물론, 너는 너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하는 것이 네게 즐거움과 쾌락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리라. 그것이 우리가 쾌락이라는 덫에 걸리게 되는 이유가 아니겠느냐. 하지만 고매함, 자유롭고 독립적인 정신, 소박함, 자애롭고 사려깊은 마음, 경건함 속에 너를 더 즐겁게 해 주는 것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잘 생각해 보아라. 우리에게 지혜가 있으면, 일들을 순리를 따라 확실하고 분명하게깨달을 수 있고 알 수 있다는 것을 네가 생각해 본다면, 무엇이 지혜보다 더 즐거운 것일 수 있겠는가. - P94
우리는 인간에게 선을 행하고 용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인간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친밀한 존재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들에 방해가 된다는 점에서는, 인간은 해나 바람이나 짐승 같이 나와 상관없는 것들 중의 하나다. 그들이 나의 어떤 활동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해도, 나의 마음이나 정신에는 방해가 될 수 없다. 내게는 조건과 상황을 적절하게 바꾸어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과 정신은 자신의 활동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도리어 그 활동을 촉진시키는 요소로 적절하게 바꾸어 놓음으로써, 그 활동을 저해했던 것들이 도리어 돕는 것들이 되고, 나의 길을 막고 있던 것들이 도리어 나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것들이 된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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