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참하고 슬픈 의미로 쓰이는 ‘자살‘ 이라는 단어보다 결단의 의미를 담은 ‘자결‘이라는 말을 쓰려 한다. 물론 그 죽음을 내 나름대로 상상해서 쓰는 말이다. 삶의 존엄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대원쉽게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주로 극빈 노인의 자결을 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죽음 곁에 다다른 노인이라면 빈부를떠나 같은 심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살아야 하는가?‘
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철학적인 질문이자 과제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과 역할이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수긍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사회적 쓸모‘를 장차 내 자발적 죽음의 가장 중요한 기준점으로삼는다.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라면 사회적 쓸모의 한계점에서 자결을 선택하느냐 자연사를 기다리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 한계점‘
이후의 타인의 삶에 대해서는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 ‘쓸모’란 것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서는 나도 살아가면서 판단할 갓이다. 그 판단력이 늘 살아 있기를!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작정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진지해지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