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모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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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반부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의 관점, 엄마의 관점, 아빠의 관점에서 만난 상담 사례가 등장한다. 입시, 교우관계, 가장의 역할 및 외도까지 흔치 않을법하지만 너무도 주변에서 쉽게 만날수 있는 사례들이다. 책 후반부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 그리고 그 문제를 야기하게 만든 제도 등 심층적이고 복잡한 내용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또 부모로서 저자의 사례도 얘기해준다.

 

자식에게는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으려는 부모.
자식을 통해 자기 자신이 못 이룬꿈을 이루려는 부모.
남편이나 부인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자식에게서 대신 받으려는 부모.
희생을 통해서 자식에게 보상받으려는 부모.

 

부모님이 만들어 놓은 길에 이끌려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그냥 앞만 보며 따라가는 아이들.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다한 후 성공하면 보란듯이 부모곁을 떠나는 아이들.
성공을 위해서만 달리지만 자기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들.

 

자기계발서는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얻은 내용으로 아이들을 교육해야한다거나, 현재의 교육제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하겠다거나 등의 답을 찾을 수는 없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자각과 공감 그리고 조금씩 나부터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마음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반드시 일독하시길...

 

이라는 평범한 말로 이 책을 설명하기엔 너무 책의 무게가 무거웠다.
웬만하면 두번 읽지 않는 책을 바로 다시 잡아 꼼꼼히 밑줄쳐가며 읽었다.

 

지금 정치경제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386세대 혹은 7080세대는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인 혼란을 겪고 사회의 개혁과 변화를 갈망하던 세대였다. 그리고 그 세대들이 부모로서 양육하고 있는 자녀들은 현재 대학입학을 준비중인 중고등학생, 방황하는 대학생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마악 사회에 진출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책에서 만난 상담사례의 절반 이상이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과 그 부모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인터넷에서 접한 기사의 제목 앵그리 397세대...
사회의 허리인 30대가 되니 겨우 우리 세대에 이름이 붙여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X세대, 또는 N세대로 불리던 우리세대는 거창한 이념보다는 자아발전을 꿈꾸고, 외국어나 운동등의 자기계발에 충실하며 외향보다는 실속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로 대표되는 지금의 10대와 20대와는 너무 다른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다. 최근 등장한 2030에 끼기에는 40대에 가깝고, 40대에 끼기엔 그들의 시위문화, 단체행동에 동조하지 않는 이해못할 이상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대학진학 및 사회진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386세대이든, 397세대이든 그들의 부모세대와 우리가 다른점이 있다. 바로 자녀에 대한 무조건의 희생을 전제로한 것이 아니라 돈으로만 희생할 뿐 마음으로는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직장생활을 위하여 손주까지 돌봐주고 계시는 친정엄마.
대가를 바라고 하시는 행동이 아니라 그냥 무조건적인 희생일 뿐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통제하는 왕처럼 군림(?)하려는 나.
내가 너희들에게 이만큼 해주는데, 너희들은 왜 내 요구를 따르지 않는거야 또는 내 희생에 부응하지 못하는거냐며 벌써부터 아이들에게 내 삶의 방식을 강요하기 일쑤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지치고 아이에게는 무감각해지는 모습.
나는 출근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가고,
퇴근하면 씻고 자기 바쁜 ... 아이들과 밥한끼 같이 먹을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하루.
많다 못해 과한 일과 스트레스로 내 스스로가 균형을 잃으면서
아이와의 관계 또한 균형점이 깨져버리는 거였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아이를 위해 산다는 것은 자신없고.

 

엄마아빠가 평범했으니 아이들 역시 평범할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치를 설정해놓고,
앞으로 커가는 아이들에게 그 평범을 얼마나 강요할 것인가.
아이들이 평범하지 않기를 원할때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 잇을까.

 

아직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교차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여기에 쏟아놓은 글보다도 훨씬 많은 생각들이 마음에 무겁게 남아있다.


책에서...

 

p187
“자신의 결핍을 상대를 통해 채우려는 어리석은 욕망을 멈추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는 관계의 결핍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에서 와요 자신이 타인의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p221
학교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유 없는 자유, 평등 없는 평등이라는 일종의 가상현실이 아니었던가.

 

p223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해? 열심히 해도 행복하지 않은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다 귀찮아, 공부하는 것도 귀찮고, 사는 것도 귀찮아 다 싫다고!
 
p267
‘부모처럼 살지 말라’는 말은 곧 가난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처럼 살겠다는 생각은 품어서는 안 될 불효였다. 바로 부모를 부정해야만 효도가 되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p269
지금의 부모들은 자신의 부모보다 더 많이 배웠고,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교육에 관여할 능력이 훨씬 더 많기에 자신들은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너희는 나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1970~80년대에는 애절한 염원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무지막지한 요구가 되었다.
 
p272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없고, 삶의 과정과 자신이 찾은 삶의 의미를 당당하게 자식에게 전할 수 없는 부모들이 자식의 행복을 볼모로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고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를 보면서 어떻게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의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부모의 현재는 곧 아이들의 미래다. 아이들은 부모의 삶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본다.

 

p307
프랑스 정신분석가 프랑수아즈 돌토는 엄마는 엄마인 동시에 다른 것을 욕망하는 여성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인이자 여성으로서 자신의 욕망을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한 채 아이에게 집착할 때 아이를 끈적끈적한 사랑의 수렁 속에, '바깥자궁 속에서'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고 경고한다.(중략)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는 고립된 삶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와 고통에 자신을 열어두는 삶을 말한다.

 

이제부터 실천해나가야할 사항들
1. 먼저 자기만의 삶의 기준을 갖자, 그것이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2. 좀 깐깐하게 살자, 그래서 삶의 품위를 지키자.
3. 생각을 하고 살자, 공부다운 공부를 하자.
4. 혼자만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다 외롭게 무너지지 말고 함께 살길을 찾자.
5. 제도와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위해 기능하게 하자.
6. 정치가 우리의 삶이 되게 하자.
7. 더 많은 세금을 내자, 부자들은 더 더 더 많이 내라.
8. 국민의 건강과 교육, 양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9. 아이들의 '살아 있음'을 인정하자.
10. 교육 본래의 의미를 복원하자.
11. 공교육을 포기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자.
12. 작은 학교를 더 많이 만들고 교사 수를 대폭 늘리자.
13. 누구나 '본부장님'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이 노동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14. 대학을 국립화하고 스무 개만 놓아두고 다 없애자.
15. 학생의 학력 평가 방법을 개혁하자.
16. 부모 자신이 먼저 독립하자.
17. 엄마는 자식과 남편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시하지 말자.
18. 아내는 남편의 건강한 남성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지지하자.
19. 아버지는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좀 더 당당해지자.
20. 아버지가 어른이 되어야 한다.
21.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문제가 아니다, 부부가 문제다.
22. 가족이 함께 책임을 나누고 일하는 시간을 갖자.


일탈 :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 공부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런 공부를 해내고, 해드리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일탈이 필요한 것이다.. 일탈은 공부와 경쟁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자 오아시스다..  일탈의 삶이 위태롭지만 그래도 일탈 덕분에 숨통이 트인다..(p26)

 

무기력 : 아이가 무엇을 하든 즉시 개입해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부모에게는 아이가 무력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무기력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는 행동을 해서라도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다..(p32)  무기력은 통제감을 잃어버리는데서 오고,  무기력한 아이를 잡고 흔들면 흔들수록 아이는 더 무기력해진다는 점이다..(p35)

 

정서적 지진아 : 관계와 정서적 경험 소홀히 한 댓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고 공감하는 능력과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저학년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공허함 : 목표만 있는 상위권 아이들,.. 자기 삶에 대한 욕망 상실,  불안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그 불안을 잠재울 계획표상의 목표에만 관심이 있는 아이들... 끝없이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현실은 더 불안한 것이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느낌, 자신의 가치, 자신의 욕구, 자신의 경험처럼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못한 채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고 또 세우는 반복 속에서 강압적 불안을 되풀이 할 뿐이다.. 어느 순간 그 목표마저 세울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 이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아마 아이 자신도 알지 못할 것이다..(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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