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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즐거움
임희택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여우야에서 받은 책이에요
책을 읽기 전 제가 기대했던 건 사실 일차원적으로 즉시 사용 가능한 망각의 기법 리스트였어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강령이 있겠지 했는데 그런 타입은 아니었고요
이 책은 생각과 스트레스에 관한 자료, 사례와 그 해석들로 채워져 있어요
생각의 속성에 대해 차근차근 이해하고 공감하며 스스로 망각의 필요성을 느끼고 해결법을 찾을 수 있는 책이에요
유익하긴 하지만 재미없어 힘들게 꾸역꾸역 읽었어요
읽으면서 결국 망각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순리를 따르는 득도를 통해 조절 가능하다는 건가 싶어
그만 책 읽기를 멈추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요
읽는 건 즐겁지 않았지만, 기억을 정리하는 허용에 내 나름의 기준이 자리 잡는 듯했어요
사실 저는 기억해야 할만한 것에 망각을 허용하는 건 절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생각 속에 있었어요
기억을 붙잡으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는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이 불필요한 집착에 이르지 않게 해야 할 이유를 깨달았고
그때는 마음을 어찌 가지면 편안할 수 있을지 느낄 수 있었어요
주변에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기란 쉽지가 않지요
고민스러운 내 생각은 벌써 몇 번의 진화를 겪어 괴물이 되어있는데
그에 맞춰 입에 발린 말로 달래주면서도 에너지가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렇듯 겪어야 하는 고민이 몇 가지 심리 조절 행동 강령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요
수양이라고 하긴 좀 거창하지만 스스로 진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열어 주는 방법을 깨닫게 해줘
내면을 탄탄하게 가꿔주는 책이라고 생각되네요
생각에 갇혀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읽을 때마다 '이거 딱 내 이야기네'싶어 마음이 참 불편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왜 이리 잡념이 많을까'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그렇고 나도 그럴만한 어떤 고통스러운 생각들은 지나가는 날씨나 다름없지 싶어졌어요
거친 바람이 지나간 것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남겨둬야 할 기억은 무엇인지, 정리해도 되는 기억은 무엇이고, 어찌 정리하면 좋을지 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건 자신의 기억을 내려두고
일상을 위한 무의식적 강박증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망각을 다스릴 수 있다면 삶이 여행만큼은 아니어도
좀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